키코 피해업체들의 3분기 평가손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3분기 평가손실을 확정짓는 30일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이날 오전 10시 1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8원 오른 1217.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분기말 원/달러 환율 1043.40보다 173.90원 높은 수치로,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의 피해 규모가 전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실현손실 5103억원, 평가손실 9678억원 등 1조4781억원에 달했던 상장기업들의 피해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흑자 부도를 낸 태산엘시디 외에 에스에이엠티는 상반기 803억원의 관련 손실을 기록했으며 성진지오텍(700억원), 포스코강판(545억원), 디에스엘시디(516억원), 심텍(493억원), IDH(440억원), 대양금속(280억원), 대덕전자(277억원), 선우ST (272억원) 등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한 키코 피해 업체 관계자는 "키코 손실 대부분이 평가손실이지만 환율 급등이 지속되고 있어, 염려스럽다"면서 "하필 3분기 평 가손실을 확정짓는 시점에서 환율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어, 3분기 평가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헤스본은 전날보다 13.81% 하락한 18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제이브이엠, 평화산업, 코맥스, 백산, 대양금속, 심텍, 성진지오텍, 디에스엘시디, 모나미, 재영솔루텍, 뉴인텍 등도 5% 이상 급락중이다.

한편 키코 피해가 늘어나면서 계약 파기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제이브이엠은 외환은행과 계약한 키코 계약을 54억원에 정산하면서 파기했으며 나머지 계약도 순차적으로 파기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통화옵션 상품으로 인해 태산엘시디가 흑자부도를 낸 이후 커진 주주들의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한 대책"이라며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당초 목표대로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재무상황과 현금 유동성이 좋기 때문에 큰 영향 없이 파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브이엠 처럼 키코 계약 파기를 검토하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환율 급등으로 정산금액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
다른 키코 피해 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1100원대 아래로 내려오면 키코 계약을 파기하려고 검토하고 있었는데 환율이 급등해 계약을 파기하기엔 너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지금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키코 피해주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키코 피해주들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의 경우가 평가손실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