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에서 선박 엔진 부품 제조업체 우암기계를 운영하고 있는 진성근 사장(50)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습 마니아'다. 그는 지금도 하루에 1500개 이상의 연습볼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회사 일이 끝나는 오후 4시께 연습장으로 간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11시까지 연습장에 머문다. 오전 8시 출근해 7∼8시간 일하고 연습장에서 7시간을 지내는 셈이다.

"친구들이 대부분 골프연습장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연습장에 안 가면 친구들이 전화해서 '그래가지고 챔피언 되겠느냐'고 성화를 합니다. 그래서 연습장에 가는 것이 생활화됐어요. "

왜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하느냐는 물음에는 "제가 체구도 작고 남들보다 나은 게 없습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연습을 많이 하는 것뿐이지요"라고 답했다.

진 사장은 아마추어 대회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한국미드아마추어를 지난해와 올해 2연패했다. 2006년에는 아마고수들이 대거 참여한 부산MBC배 전국아마추어골프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가야CC 클럽챔피언 4회,용원CC 클럽챔피언 3회 등 챔피언만 일곱 차례를 휩쓸었다. 이 같은 경력에 힘입어 한국경제신문이 산정하는 아마추어골퍼 랭킹에서 올해 상반기 1위에 올라 있는 고수 중의 고수다.

골프를 시작한 것은 1995년.3개월 정도 배우다가 공장 이전으로 일이 바빠 4개월여 동안 골프채를 놓은 등 입문 초기에는 '취미' 수준으로 골프를 했다. 1주일에 1회 정도 라운드를 하면서 16개월 만에 첫 '싱글 스코어'도 기록한 후 1년 동안 꾸준하게 70타대 스코어를 냈다.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잡기에 능합니다. 금방 '싱글'이 되니까 골프도 별것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싱글이 된 지 1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보기플레이어 수준으로 퇴보를 하더군요. 그리고 계속해서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예요. "

진 사장은 다시 연습장을 찾았고 거기서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강성모 프로를 만났다. 강 프로는 종일 거의 쉬지 않고 리어카에 가득 실린 연습공을 쳐댔다. 오전,오후,저녁 언제 가도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연습량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골프 연습은 저렇게 해야 하는가 보다 하면서 저도 따라서 연습했습니다. 곁눈질로 스윙을 흉내내기도 했고요. "

진 사장은 연습의 70% 정도는 어프로치샷에 할애한다. 연습 막바지에 몸이 완전히 풀렸을 때 볼 200개 정도를 클럽을 바꿔가며 쉬지 않고 친다. "골프는 결국 1타로 승부가 갈리거든요. 아마추어 대회라도 마지막 우승경쟁을 할 때는 몸이 굳어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자기 플레이가 안 되고 어떤 경우에는 숨도 잘 못 쉬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스윙을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