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공모주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도 올 하반기 신규 상장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풋백옵션(주가가 공모가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공모가의 90%에 주식을 재매입하는 제도)을 폐지한 이후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거품' 공모가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상장된 11개 종목 가운데 절반이 넘는 6개 종목이 29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보다 비싸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반기 2개 기업이 신규 상장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합병을 앞둔 LG이노텍이 5만1800원에 거래를 마쳐 공모가 4만500원보다 27.9%나 주가가 높았다.

코스닥시장에는 9개의 종목이 신규 상장했고 이 가운데 마이크컨텍솔루션 케이제이프리텍 삼강엠앤티 슈프리마 이스트소프트 등 5개 종목이 공모가를 웃돌았다. 특히 마이크로컨택솔루션은 공모가 2000원에 견줘 113%나 상승했고, 삼강엠앤티(33.85%) 케이제이프리텍(18.50%) 슈프리마(14.39%) 등도 약세장에서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올 상반기 상장된 회사들은 대부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중이다.

지난 1월 23일 에스맥을 시작으로 코스피ㆍ코스닥 양 시장에 상반기 23개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지만, 4개 기업만이 공모가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 특히 네오엠텔 코웰이홀딩스 메타바이오메드 테스 세미텍 JCE 쎄트렉아이 등은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하반기 상장 종목들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것은 공모가 자체가 상반기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신규 상장하는 회사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하반기 공모 시장의 가장 큰 대어로 꼽힌 LG이노텍조차도 희망공모가 5만~6만원에 비해 크게 낮은 4만500원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김희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면서 상대적으로 건전한 회사들이 많아진 게 새내기주들 선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모가가를 산정하는 밸류에이션 자체가 최근 크게 낮아져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다는 얘기다.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거품이 제거된 만큼 시장 대비 프리미엄이 가능한 업종에 속한 종목들은 개인투자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