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멜라민과 '샤워실 바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국 허베이성에서 멜라민을 넣은 원유를 공급한 혐의로 30일 구속된 낙농업자 가오씨.그가 밝힌 사연은 이렇다. "당초 원유를 만들어 우유회사에 납품했지만 번번이 탈락했죠.영양분 함량이 모자라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멜라민을 넣었고 무사 통과했습니다. "
홍콩 언론에 보도된 가오씨의 이야기를 보고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이 생각났다. '샤워실의 바보'는 처음 보일러를 틀면 차가운 물이 나온 뒤 조금씩 물이 따뜻해지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샤워기 꼭지를 뜨거운 쪽으로 틀어버린다. 그러면 물은 너무 뜨거워지고 다시 냉수 쪽으로 꼭지를 확 돌리면 물은 차가워진다. 이처럼 극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방법밖에 쓰지 못하는 사람을 '샤워실의 바보'라 부른다.
중국의 멜라민 파동을 보면서 '샤워실의 바보'가 생각나는 것은 2004년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무(無)영양분유 파동 때문이다. 당시 아무런 영양분이 없는 저질 분유가 공급돼 갓난아이 수백명이 대두(大頭)병에 걸렸다. 분유를 먹은 기형아가 속출하자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영양분이 없는 분유를 만들어 파는 것에 대해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우유업체들은 납품받는 원유의 영양분 테스트 기준을 확 높였을 게 분명하다. '샤워실의 바보'가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돌리듯이 영양분을 많이 첨가하라고 하니까 멜라민을 집어넣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멜라민을 섞으면 단백질 함량이 늘어나 영양분이 많은 것처럼 나온다니 말이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이유는 자체적인 정화기능이 결여된 게 주 원인이다. 중국은 언론의 비판이나 감시 기능이 거의 없다. 일사불란함이 갖는 강점 뒤에 이렇듯 수많은 결함을 가진 게 중국의 체제다. 정부가 뭔가를 강하게 요구하면 그게 무엇이 됐든 일단 외견상 충족시켜야 하고,그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 정부가 긴축을 한다고 하니까 세금도 올리고 온갖 억제정책을 한꺼번에 풀어 결국 중소기업들이 도산사태를 맞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중국이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또 다른 '샤워실의 바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홍콩 언론에 보도된 가오씨의 이야기를 보고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이 생각났다. '샤워실의 바보'는 처음 보일러를 틀면 차가운 물이 나온 뒤 조금씩 물이 따뜻해지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샤워기 꼭지를 뜨거운 쪽으로 틀어버린다. 그러면 물은 너무 뜨거워지고 다시 냉수 쪽으로 꼭지를 확 돌리면 물은 차가워진다. 이처럼 극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방법밖에 쓰지 못하는 사람을 '샤워실의 바보'라 부른다.
중국의 멜라민 파동을 보면서 '샤워실의 바보'가 생각나는 것은 2004년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무(無)영양분유 파동 때문이다. 당시 아무런 영양분이 없는 저질 분유가 공급돼 갓난아이 수백명이 대두(大頭)병에 걸렸다. 분유를 먹은 기형아가 속출하자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영양분이 없는 분유를 만들어 파는 것에 대해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우유업체들은 납품받는 원유의 영양분 테스트 기준을 확 높였을 게 분명하다. '샤워실의 바보'가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돌리듯이 영양분을 많이 첨가하라고 하니까 멜라민을 집어넣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멜라민을 섞으면 단백질 함량이 늘어나 영양분이 많은 것처럼 나온다니 말이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이유는 자체적인 정화기능이 결여된 게 주 원인이다. 중국은 언론의 비판이나 감시 기능이 거의 없다. 일사불란함이 갖는 강점 뒤에 이렇듯 수많은 결함을 가진 게 중국의 체제다. 정부가 뭔가를 강하게 요구하면 그게 무엇이 됐든 일단 외견상 충족시켜야 하고,그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 정부가 긴축을 한다고 하니까 세금도 올리고 온갖 억제정책을 한꺼번에 풀어 결국 중소기업들이 도산사태를 맞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중국이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또 다른 '샤워실의 바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