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어긋날땐 '물거품'될수도

정부가 30일 발표한 '2008~2012년 중기 재정운용 계획'에는 각종 장밋빛 전망들이 가득하다. 감세를 추진하면서도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보건복지 등 필요한 곳에 쓸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연평균 예산 지출 증가율(6.6%)을 경상성장률(평균 7.6%)보다 낮게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2년 임기 마지막 해에는 균형 재정을 이루겠다는 대목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30% 수준까지 낮추는 계획도 들어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출범 초기 목표를 의욕적으로 내거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성장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 5% 성장을 시작으로 해마다 0.4%포인트~0.8%포인트씩 성장률을 높여 임기 말인 2012년에는 6.8%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위 아래로 ±0.2%포인트의 오차 범위를 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악화된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무리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세계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 5% 성장률을 회복할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어긋날 경우 정부의 △조세부담률 20%대 △재정수지 균형 △국가 채무 비율 30%대 등의 목표는 모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수입 총액과 국가 채무 총액은 지난 정부 시절 짜놓은 중기 재정 계획보다 더 늘어나도록 설계돼 있다. 다만 높게 잡은 성장률만큼 GDP 규모가 커진다는 것을 전제로 20%와 30%라는 비율을 뽑아낸 것이다. 결국 성장률에 차질이 빚어져 '분모'가 예상보다 작아지면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는 얘기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 연구부장은 "참여정부 때도 출범 초기 재정운용 계획을 너무 긍정적인 관점에서 수립했다가 매년 수정하느라 애를 먹은 적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재정 계획 수립에 반영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국정운영 '목표치'보다 더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게 보통이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