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제금융안 하원 부결의 후폭풍이 서울 외환시장을 뒤흔든 하루였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시장이 '패닉'에 빠진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30일 워싱턴발 악재로 장중 최고 1230원선(전날종가대비 +41.2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전달되면서 상승폭을 줄이면서 마감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2원이 상승한 1207.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 7거래일간 67.30원 폭등하면서 2003년 5월29일 1207.0원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미 구제금융안 부결 소식이 나온데다 8월 경상수지 적자 발표되면서 개장과 동시에 전날보다 11.2원이 급등한 120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역외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단숨에 1230원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통해 시장에 필요한 만큼 달러를 풀겠다는 강력한 시장 안정 의지를 피력하자 원달러 환율은 1200선까지 밀려났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달러 부족 현상으로 환율이 급속도로 오르는 것을 막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외환 현물시장에 외환보유액을 통해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오늘 8월 경상수지가 발표됐는데, 9월부터는 떨어진 유가가 반영돼 경상수지 적자가 10억 달러 이내로 축소될 것"이라며 "10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서 올해 전체로는 당초 예상했던 100억 달러 내외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고 보유액도 충분히 갖고 있는 만큼 유동성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앞서 밤사이 미 하원은 자본 시장 회생을 위해 재무부에 최대 7000억달러를 들여 부실 모기지 채권들을 매입할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구제 금융 법안을 228대 205로 부결시켰다.

이 소식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되면서 뉴욕증시는 폭락하고 채권가격은 급등했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778포인트(6.98%) 추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9%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다. 반면 미국채 시장은 랠리를 펼치면서 30년물 가격이 3포인트 이상 뛰어올랐고 지난주 금요일 후반 0.12%를 나타냈던 1개월물 미국채 금리는 한 때 0.05%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 구제금융안 의회 부결 악재로 투자자들이 롱마인드 포지션에서 이탈했다"면서 "그러나 기본 펀드멘털의 변화 없이 뉴욕발 악재에 너무 민감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장 분위기 속에 오후들어 상승폭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정부의 긴급 발표가 잇따라 나오고 특히 장막판 정부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물이 나온 것으로 보이나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원화가치 하락이 정부와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향후 정부의 강도높은 시장개입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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