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일반적 예상과 달리 하원에서 부결(否決)되자 세계 금융시장이 또다시 출렁거리면서 국내 주식시장과 환율도 불안한 양상이다. 여기에 8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의 적자를 보였다는 소식에 특히 외환시장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미 하원이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키긴 했지만 완전히 이를 거부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수정안이 제출돼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번 부결로 인한 악영향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오히려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경상수지가 47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데 따른 시장의 불안감이다. 가뜩이나 환율이 불안하고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도 좋지 않은 터에 경상수지 적자 확대는 좋지 않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역시 꼼꼼하게 따져보면 8월 영업일수 감소라든지 경상수지 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가의 하락분이 원유도입단가에 반영되는 시차 등 복합적 요인들이 겹친 탓으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유가가 하향 안정세로 가면서 하락분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4분기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연간 적자규모도 100억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우리 경제규모로 볼 때 경상수지 적자가 균형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환율상승 쪽으로 자꾸만 쏠리는 것은 그만큼 시장심리가 불안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환율이 1200원선을 다시 돌파한 데 이어 추가상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문제는 이런 불안심리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해외 금융위기가 국내시장에 전이되는 파장(波長)은 더욱 커지게 되고, 당장의 경상수지 적자에도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악순환에 빠져 환율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금융불안과 더불어 내수위축 등 실물부문 침체까지 몰고 올 수 있다.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환율로 인한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불안한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