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과 기금을 합한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6.5% 늘린 273조8000억원으로 잡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는 내년 경상경제성장률을 7.4%(실질성장 5.0%)로 잡아 총수입이 금년보다 7.6% 증가할 것을 전제로 편성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담았다고 볼 수 있는 내년 예산안은 성장동력 확충을 강조한 것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2.5%에 그쳤던 SOC(사회간접자본)투자 증가율을 7.9%로 대폭 높였고 연구개발(10.8%) 교육(8.8%) 분야 지출도 크게 늘렸다. 벤처창업지원,잡트레이닝 강화 등 일자리 창출(創出) 관련 예산은 22.7%나 끌어올렸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셈이다.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성장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게 사실이고 보면 타당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걱정이 적지 않다. 우선 성장전망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추락하고 국내경제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실질성장률 5% 달성은 과욕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 실질성장률이 3~4%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따라서 7.6%로 잡은 총수입 증가 전망 또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수가 계획대로 거둬지지 않는다면 재정수지 적자를 축소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끌어내리겠다는 계획 또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는 성장률이 예상을 밑돌고 세수가 부진할 경우에 대비해 어느 때보다도 더욱 철저히 예산을 심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지출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정부도 공무원 정원과 보수를 동결(凍結)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을 보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역관련 예산, 사회투자로 포장된 복지예산은 물론 연구개발 분야 등도 꼼꼼히 살펴 나랏돈이 눈먼돈처럼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빈틈없이 걸러내야 한다. 국회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돕는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강도높은 세출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