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29일(현지시간)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세계 금융계엔 또다시 살생부가 돌고 있다.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S&P)인 워싱턴뮤추얼이 JP모건체이스에,미 4위 상업은행 와코비아가 씨티그룹에 넘어간 데 이어 구제금융안까지 부결되면서 월가에는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특히 금융위기 초반에만 해도 높은 레버리지(차입)를 통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은행(IB)이 무너지고 대신 예대마진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상업은행이 부상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유동성 위기가 금융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더 이상 상업은행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게 됐다.

상업은행의 줄파산 공포는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서 서브프라임(비우량)과 프라임(우량) 사이 등급인 알트A급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도 우려되는 데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축으로 실업자 급증이 만들어내는 신용카드 연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이날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감시대상에 올린다고 발표한 배경에도 알트A 모기지가 있다. S&P는 이미 340억달러를 상각한 씨티그룹이 모기지 자산가치 하락으로 내년에 상당 규모의 추가상각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FDIC(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최근 90일 이상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한 비율은 2.4%에 달해 1991년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모기지뿐 아니라 신용카드나 오토론(자동차할부금융) 등을 대출받은 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 연체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상업은행을 위기로 몰고 갈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터아그앤리치의 숀 리얀 애널리스트는 "더 많은 은행의 몰락을 보게 될 게 확실하다"며 "미 중서부지역 철강산업 중심지에 있는 지방은행들과 모기지가 많은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에 있는 은행들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 주가 폭락은 줄도산 공포를 보여줬다. 이날 S&P500 은행지수는 14.0% 빠져 다우지수 하락폭(6.98%)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내셔널시티코프,키코프,53뱅코프의 주가가 각각 60%,40%,25%씩 추락했다. 또 지역은행들이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과 페니메이의 우선주에 투자한 것도 손실부담을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여개 지방은행들이 이들 회사에대한 우선주 투자손실을 상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RDM파이낸셜그룹의 시장전략가인 마이클 셸던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더 큰 문제는 경제의 마비현상 또는 금융회사의 신뢰 상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러더스가 계열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만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과 헬먼 앤드 프리드먼에 21억5000만달러에 넘기기로 합의하는 등 금융업계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리먼의 경우 일본 노무라홀딩스가 아시아와 유럽·중동사업부를 인수했으며,영국 바클레이즈는 미국 법인을 사들였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