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구제금융 법안 부결 소식에 전 세계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외화 차입이 사실상 중단됐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은행들의 유일한 달러 조달원이었던 오버나이트(하루짜리 달러화 차입) 금리가 다시 연 10%대로 폭등하는 등 단기 차입 시장마저 급격히 경색됐기 때문이다. 중.장기 외화 차입의 벤치마크가 되는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마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30일 금융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단기 외화자금 시장에서 미국 구제금융안 불발 소식에 오버나이트 금리가 전날 연 2.80%에서 이날 연 10~12%대로 치솟았지만 매도 주문이 없어 거래가 거의 체결되지 않았다. '리먼 사태'가 일어나기 전 3% 안팎에 그쳤던 오버나이트 금리는 지난 17일 10% 안팎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다시 2% 후반으로 안정됐으나 구제금융 부결 여파로 다시 급등했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금리가 치솟았지만 빌려 주는 곳이 거의 없어 수치 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은행들의 분기 말 결산 시점인 9월 말을 넘기고 미국이 구제금융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장기 차입물의 기준이 되는 CDS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지난 29일 국민은행의 5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3.36%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일주일 전(23일)에 비해 0.60%포인트 오른 것으로 리먼 사태 직후였던 지난 18일 3.04%보다도 0.32%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한편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런던은행들이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리보(LIBOR)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영국은행연합회(BBA)는 30일 하루짜리 달러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달러 리보)가 4.31%포인트 급등한 연 6.88%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