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코스피지수가 미국 의회의 구제금융안 부결이란 돌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한껏 좁혀 8.30포인트(0.57%) 내린 1448.06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80포인트 가까이 급락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여실히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예기치 못한 미국발 변수에도 증시가 비교적 강한 모습을 보인 점을 들어 앞으로 주가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으로 인한 지난 18일의 연중 저점(1366.88)보다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시장발 신용경색 우려가 폭발성이 큰 변수로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코스피지수가 연내 1600선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투자자들은 눈높이를 낮춰 1400선 안팎에서 1500선 중반까지의 좁은 박스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란 신중한 전망을 제시했다.

◆4분기 기대지수 낮춰 잡아야

전문가들은 지수 1400선 아래에선 추가 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구제금융안이 다소 후퇴한 수준에서라도 결국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코스피지수 연중 저점을 다시 보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도 "설령 저점이 다시 도전받는 상황이 오더라도 최소한 1350선은 방어할 것"이라며 "사실상 바닥 확인은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4분기 코스피지수 상단은 1500대 중반으로 낮춰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1550선을 넘기는 힘에 부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은 "구제금융안이 곧 미 의회를 통과할 것이고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에 전이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4분기엔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1770선도 넘볼 수 있다"고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발 신용경색이 변수

4분기에 주목할 국내 증시의 최대 변수로는 부동산발 신용경색이 꼽혔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사 연쇄부도설이나 저축은행 도산설 등 흉흉한 소문이 시장에 널리 퍼져 잠복된 리스크로 도사리고 있다"면서 "당분간 부동산 부실자산과 신용경색 문제가 증시를 괴롭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잠재적 위기가 노출돼 시장 참여자들이 부실 규모를 계산할 수 있을 때가 증시 반등 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 신용경색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도산 가계대출연체 등의 우려가 연말까지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이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3분기엔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4분기엔 감소율이 두 자릿수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도주 예상하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300대 후반에서 1500대 중반의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전망이어서 이렇다 할 주도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지난 2년간은 중국 관련주,올 상반기엔 정보기술(IT)·자동차주가 선전하면서 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업종 간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고 다들 동반해서 오르내리는 장세"라며 "통신 등 이익이 안정적인 종목 정도가 관심을 둘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사장은 "펀더멘털(내재가치) 대비 낙폭이 큰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을 겨냥해 매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보험 유통 등 경기방어력이 있는 내수 우량주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주 등도 관심 대상으로 꼽혔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