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제조업 가동률 78% 그쳐

국내 실물 경제가 장기 침체의 터널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내수와 수출 출하가 동반 급락하고 쌓여가는 재고가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면서 광공업생산 증가율이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징후다. 그동안 국제 금융시장 불안,선진국 경기 침체 조짐 등 대외 충격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산업 생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급증하는 재고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증가하는데 그쳤다.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 늘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감소세로 돌아서,경기를 떠받치는 두 축인 수출 기반의 제조업과 내수 기반의 서비스업이 동반 급랭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년동월대비 광공업생산 증가율이 1%대에 그친 것은 현대차 파업 때문에 고유가 여파로 북미 시장에서 한창 잘 팔리고 있는 소형차 생산이 중단된 영향이 컸다.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2% 감소해 컴퓨터(-19.8%)와 함께 생산 증가율 둔화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생산자제품 출하는 전년 동월에 비해 2.0% 증가했지만 생산자제품 재고는 14.4% 늘어나 재고 증가율이 출하 증가율을 여전히 웃도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재고출하순환은 7개월째 경기 둔화.하강 국면에 위치했다.

◆공장이 멈춘다

이와 더불어 평균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도 받았다. 통계청이 실사한 올해 8월의 조업일수는 23.4일로 지난해 8월(24.1일)보다 하루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달력상 휴일이 하루 더 늘어난 탓도 있지만 채산성 악화에 시달린 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자발적으로 떨어뜨린 측면이 크다.

실제 8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8.8%로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 1분기 평균(81%)보다 2.2%포인트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산업계는 이제 기업들이 조금씩 생산을 줄이면서 우선 재고부터 떨어내는데 주력하는 본격적인 재고 조정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때문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고용사정은 갈수록 더 나빠질 것으로 염려된다. 재고 증가→생산량 조정→고용 위축→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장기 불황의 첫 연결고리가 꿰어진 것이다.

◆침체, 생각보다 오래갈 듯

기술적 지표에도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보다 0.2포인트 뒤로 밀려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고,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전월대비 0.4%포인트 하락, 9개월째 떨어졌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내수가 좋지 않은 가운데서 선진국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입다보니 실물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내년 언제쯤이 돼야 경기가 상승 반전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