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구제금융법안 제정과 관련해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 의회에서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국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질 전망이다. 구제금융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딘 베이커 미 경제ㆍ정치연구센터(CEPR) 이코노미스트

미 정부가 70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 지원 조건과 효과를 밝히지 않은 데서 의회 통과에 문제가 생겼다. 탐욕에 빠진 월가 금융사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된 만큼 월가의 경영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법안에 추가돼야 한다. 또 월가 금융사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때 원칙을 갖고 투명하게 자금이 집행되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부실 채권을 사주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단시일 내 주택 경기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존 프라빈 푸르덴셜 수석 투자전략가

구제금융법안 수정안이 며칠 내 의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본다. 이런 기대감에서 지난달 30일 다우지수가 폭등했지만 금융시장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하루짜리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신용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은행들은 다른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구제금융이 지원된다 해도 신용경색이 해소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금융사들이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해져 모기지 사업을 재개하면 내년부터 미 주택시장이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구제금융법안에 모호한 조항들이 많아 의원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납세자 보호를 위해 앞으로 5년간 금융구제 사업이 적자를 기록할 경우 해당 금융사들로 하여금 부족분을 메우도록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강제할지 등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구제금융의 필요성만 강조했지 정책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국민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마크 파버 투자전략가

세계는 신용시장과 파생상품시장 규모에 비해 하찮은 구제금융안에 과도하게 관심을 갖고 있다. 투자심리는 거의 패닉이라고 할 만큼 부정적이다. 증시는 10월 초와 11월 초 사이에 바닥을 칠 것이다. 하지만 내년 3월까지 랠리를 펼친다고 해도 그건 새로운 '강세장(bull market)'의 시작이라기보다는 추가 하락이 예고되는 '베어마켓(bear market) 랠리'가 될 것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오광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