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의 잇단 파산 위기설에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ㆍ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선 은행이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예금자들이 창구로 몰려드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영국 등이 정부의 예금 보장한도 확대를 추진하는 등 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英총리 "예금자 손실 절대 없다"

BBC방송은 1일 영국 금융감독청(FSA)이 현재 3만5000파운드(약 7400만원)인 은행별 1인당 예금 보호한도를 5만파운드(1억원)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예금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던록,핼리팩스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HBOS),브래드포드 앤드 빙글리(B&B) 등 최근 국유화됐거나 매각된 은행들을 거론하며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개입해 대처했으며,어떤 영국의 예금자도 지금까지 손실을 입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브라운 총리는 그러나 아일랜드 정부처럼 무제한 예금액을 지급보증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서는 상황이 다르다며 거부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아일랜드 은행 등 6개 주요 은행의 예금과 부채를 향후 2년간 전액 지급보증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4000억유로(562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전날 유동성 우려로 은행주 주가가 대폭락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아일랜드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결과적으로 아일랜드 은행만 차별적으로 우대해 범유럽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아일랜드가 모든 예금을 보호한다고 발표하자 기업과 거액 예금자들이 영국 은행에 예치한 예금을 빼 아일랜드 은행으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부실 시중은행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르고 머니마켓펀드(MMF)도 손실을 입자 부분적인 뱅크런이 나타나고 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 보호한도를 현행 예금 계좌당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콩,신용경색 완화 조치 발표
"뱅크런을 막아라"…각국 '초비상'
인도와 홍콩에선 특정 은행이 파산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뱅크런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의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자와 예금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졌다는 증거다. 인도의 2대 은행인 ICICI은행에선 이날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지점에서 예금자들이 몰려들어 돈을 찾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ICICI은행과 인도중앙은행은 "예금 지급 능력이 충분하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말에는 홍콩 동아은행(BEA)에서도 은행이 파산할 수 있다는 악성 소문이 퍼지면서 뱅크런 소동이 일어났다.

홍콩 정부는 신용경색으로 인한 은행들의 자금난을 완화하고 추가적인 예금 인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이날 '신용경색 완화 임시조치'를 발표했다. 모기지 등을 담보로 개별 은행들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골자다. 홍콩 정부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등 달러표시 자산을 담보로 홍콩금융관리국의 재할인창구에서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개별 은행들이 보유한 미국달러를 홍콩달러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박성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