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로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는 업체들이 있어 관심이다.

이들은 인수ㆍ합병(M&A)이나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하는 등 투자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원양어업 기업인 동원산업은 1억5000만달러(약 1736억원)을 들여 미국 스타키스트 지분 60%(150만주)를 지난달 29일 취득했다.

미국 델몬트사의 수산물 사업부였던 스타키스트는 미국 참치시장 점유율이 37%에 달하는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참여금액과 차입조달 등을 합하면 스타키스트 인수에는 모두 3억8000만달러 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산업은 지난 3월 매물로 나온 스타키스트 인수전에 참여했다. 인수ㆍ합병(M&A)을 진행하는 동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미국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무너지는 등 돌발 악재가 부각됐다. 국내에서는 외환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M&A 딜이 연이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원산업은 이를 세계적 업체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뚝심있게 M&A를 밀어부쳤다.

업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유철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성숙한 산업군에 속한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 인수로 신규 시장 확보를 통한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호평했다.

유 연구원은 "동원그룹이 스타키스트 구조조정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키스트가 원재료인 참치를 중간 딜러 없이 동원산업으로부터 직접 조달해 원가 절감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원산업의 계열사 동원F&B로부터 앞선 참치 가공기술을 이전받는다면 추가 원가 절감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재무적 부담도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유 연구원은 "인수 자금 중 신디케이트론으로 조달한 695억원은 만기가 3년이어서 단기간 내에 상환 압력이 없다"며 "올해와 내년에 각각 444억원과 1040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이 기대되기 때문에 재무적 안정성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휴대폰 케이스를 만드는 인탑스는 생산시설 보강에 3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다.

인탑스는 이날 보유자금 30억원을 들여 올해 내에 구미 공장에 프레스사업부를 신설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단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이 최근 고강도ㆍ슬림화 추세에 있다"면서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플라스틱 사출사업부 외데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초경량 박판 소재 개발ㆍ생산 프레스 사업부를 신설해 높은 강도와 우수한 성형성을 갖는 소재와 가공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에 진출한 회사도 있다.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물 제작과 투자배급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워크원더스는 지난달 말 커피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위해 디초콜릿코리아 지분 48.94%를 23억원에 취득하고 계열사로 추가했다.

디초콜리코리아는 생 초콜릿과 커피를 함께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는 회사다. 작년엔 서울 압구정동에 매장을 여는 등 20~30대 초콜릿, 커피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사업을 확장중이다.

디초콜릿코리아는 작년에 매출 4억3400만원과 순손실 5억1400만원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매출 5억9200만원과 순손실 9200만원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