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나무 돌로 집을 짓는 사람들은 자랑스러워 한다. 콘크리트 수명보다 무려 10배나 길고,나중에 허물어지더라도 모든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니 얼마나 환경적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흙집짓기야말로 환경운동이자 생명운동이라고 강조하는데,흙집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생태건축의 전형적인 모습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들어 제 손으로 집을 짓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귀농을 하는 사람들,전원생활을 즐기려는 도시민들이 황토흙집,통나무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house)도 인기인데 단단하게 압축한 육면체의 볏집으로 벽체를 쌓은 뒤 그 위에 흙을 바른 집이다. 옛날 머슴들이 밤새 주인 몰래 뚝딱 지었다고 해서 도둑집으로 불리는 담틀집,돌로 지은 돌집,흙과 나무를 섞어 짓는 목천흙집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들은 한결같이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집 짓는 일이 흔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모든 곤충과 새들은 스스로가 집을 짓고 사는데 사람만이 예외일 수 없다"고 강변한다. "남이 지은 집에 사는 건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를 빼앗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생태건축의 개념은 1980년대 환경문제로부터 비롯됐다. 기존의 건축은 자연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환경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건축은 바로 이런 건축문화의 병폐를 줄이기 위한 반성에서 출발했는데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번져 나가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집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태양열이나 풍력에너지를 사용하고 쓰레기도 가능한 퇴비로 만들어 땅에 되돌려 보낼 정도로 열성적이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자연과 공생하려는 생태건축이야말로 결국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일일 게다. 이제는 도시 곳곳에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들도 환경을 따지는 생태건축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에 오지 않았나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