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소재가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휴대폰 외장재는 가공이 편리하고 색상 구현력이 뛰어난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합금 등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지적되면서 최근 들어 초경량·고강도를 보장하는 첨단 신소재를 적용한 휴대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휴대폰,우주항공 소재를 입는다
1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주선과 미사일 등에 쓰이는 고강도·고탄성 신소재인 '스칸듐'을 외장재로 채택한 휴대폰을 이달 중순께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칸듐(원소기호 Sc)은 1879년 스웨덴 화학자 L F 닐손이 발견한 원소다. 알루미늄에 비해 강도와 탄성이 3배 이상 강하고 무게는 스테인리스의 약 40%에 불과하다.
스칸듐은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그동안 우주항공 분야나 고급 자전거,골프채 등의 소재로 한정돼 사용됐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탑승했던 소유스 우주선에도 이 소재가 쓰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칸듐은 긁혔을 때 긁힌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특성도 있다"며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스칸듐을 업계 최초로 휴대폰 소재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탄소,티타늄,강화유리도 채택
LG전자가 지난 6월 말 내놓은 '시크릿폰'은 휴대폰 뒷면 소재로 탄소섬유를 사용했다. 탄소섬유는 벤츠의 프리미엄 세단 '마이바흐'나 'BMW'와 같은 고급 자동차의 차체에 쓰이는 소재다. 노키아도 지난달 탄소섬유와 티타늄 등 첨단 신소재를 사용한 '노키아 8800 카본 아르테'를 출시한 바 있다.
시크릿폰의 LCD(액정디스플레이) 화면에는 강화유리가 소재로 쓰였다. 강화유리는 2006년 모토로라의 레이저 후속 모델 '크레이저'에 처음 적용된 이래 각종 휴대폰에 잇따라 채택되고 있다. 흠집으로 인한 화면 손상을 막을 뿐 아니라 화려한 광택이 나는 것 등이 장점이다.
◆옥수수 전분 등 친환경 소재도 인기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인 나무나 옥수수 전분 등도 휴대폰 소재로 쓰이고 있다. 러시아에 있는 고급 휴대폰 생산 업체 그레소는 나무를 소재로 한 최초의 휴대폰 '블랙 아우라 콜렉션'을 내놓은 바 있으며,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목관악기 등에 쓰이는 흑단 나무를 소재로 한 휴대폰을 해외 전시회에 출품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삼성전자가 옥수수 전분을 외장재로 사용한 '에코폰'을 국내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에코폰은 국내 휴대폰 가운데 처음으로 환경부 산하 기관인 친환경상품진흥원의 '환경마크'도 획득한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의 소재는 내구성을 좌우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컬러와 감촉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다양한 첨단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휴대폰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