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는 세계경기 침체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중국 미국 등 주요국에 대한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무역수지가 다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반짝 흑자를 기록한 5월을 제외하면 8개월째 적자 행진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누적적자는 142억달러로 불어났다. 유가 등 원자재값 하락으로 4분기 무역수지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연간 적자 규모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의 84억5000만달러를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시장 수출 급브레이크

지식경제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377억5000만달러,수입은 396억5000만달러로 18억9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7% 늘었지만 수입이 45.8%나 급증한 탓이다. 9월 적자의 직접적인 요인은 철강제품 수입 급증과 부분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수출 차질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재훈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중국이 철강제품 수출관세율을 9월부터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입 물량이 2배 이상 늘어났고,현대차 수출 차질도 약 8억달러에 달했다"면서 "두 변수가 아니었다면 균형을 이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9월의 주요 지역별 수출증가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럽연합(EU)을 제외한 중국 미국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한국의 주요 시장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돼 세계경기 침체가 수출에 '적색 경보'를 울리고 있다.

지난달 1∼20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나는데 그쳤으며,8월 같은 기간 증가율(32.9%) 보다도 대폭 감소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증가율 역시 2.2%,6.6%로 전달의 16.3%(양국 동일)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내년 상반기가 더 문제"

무역수지의 누적적자가 140억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정부의 무역수지 전망치도 재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연초 올해 무역수지 흑자를 130억달러로 전망했으나,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 7월 19억달러 적자로 전망치를 바꿨다.

정부는 4분기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 원자재 수요 감소에 따라 유가와 원자재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중국과 아세안 수출 증가율이 한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아직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개도국으로 전이되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4분기 흑자가 난다고 하더라도 142억달러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선진국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그 영향이 개도국에 파급될 경우 올해 4분기부터 수출이 본격적인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개도국 시장이 관건"이라며 "금융위기가 실물로 옮겨 붙는 데는 다소간의 시차가 필요하긴 하지만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무역적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