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예전과는 달리 미국 주가의 움직임을 미리 보여주는 '선행지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는 당일 새벽에 마감되는 미 증시의 호·악재를 뒤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미 금융구제안 등이 증시에 미칠 영향을 예견하고 미 주가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규시장인 뉴욕 증시가 끝난 뒤의 상황을 반영하는 나스닥 선물가격과의 동조화가 뚜렷해진 것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이 같은 '불안한 선행성'은 신뢰도가 크지 않은 만큼 되레 과도한 주가 등락을 부추길 소지가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일 8.39포인트(0.58%) 떨어진 1439.67로 거래를 마쳤다. 새벽에 마감된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급반등해 4.68%나 뛰어올랐지만 국내 증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뉴욕 증시가 미 하원의 구제금융안 부결로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던 전날 코스피지수가 8포인트 정도의 하락으로 선방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지수가 구제금융안이 재상정될 것이란 기대로 장중에 낙폭을 70포인트 가까이 줄이며 이날 뉴욕 증시의 반등 가능성을 선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뉴욕 증시 마감 후나 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내는 일이 잇따르면서 미국보다 먼저 문을 여는 국내 증시가 미 주가에 선행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들어 미 정규시장보다 나스닥선물지수를 따라가는 동조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나스닥 선물지수는 전날 미 구제금융안이 결국엔 의회를 통과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며 미리 강세를 보인 데 이어 이날은 국내 증시 개장 전부터 마감 때까지 0.5~1%대의 약세를 지속해 코스피지수의 하락세를 부추겼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워낙 민감한 문제들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어 투자자들이 정규장 마감 후 미국 금융시장의 분위기도 면밀히 살핀 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 증시와는 크게 대조된다. 전날 각각 4.1%와 3.5% 하락했던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이날 1.0%와 0.8%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공매도 규제로 외국인의 시장 주도력이 약해진 가운데 기관들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국내 증시가 다른 아시아 증시와 달리 유독 나스닥선물을 따라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기관들이 금융업체 지원 대책 등 중요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나스닥선물을 통해 미국 현지의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반등을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의 적응력이 강해진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곽 연구원은 "본래 나스닥선물지수와 미국 주가 간 상관관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며 "일시적으로 나스닥선물지수가 국내 증시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신뢰도가 떨어지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