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반대 측에서는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찬성 측에서는 애초에 잘못된 세금을 바르게 고치는 일이라면서 받아친다. 해결의 실마리는 양쪽이 모두 동의하는 원칙에서 이끌어낼 수 있다.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원칙은 왜 필요할까. 보유세가 거래세보다 경제활동에 미치는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세금을 부과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세금 낼 것이 두려워서 해야 할 일을 안 한다든가,세금 때문에 안 해도 될 해로운 일을 한다면 나라의 경제는 위축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세는 나쁜 세금이다. 거래세가 높을수록 사람들은 부동산 거래를 안 할 것이다. 사람들의 경제사정은 시시각각으로 바뀌고,누가 어떤 부동산을 가지는 것이 좋은지에 관한 사정 역시 늘 변하게 마련이다. 거래가 원활해야 사람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경제상황에 맞게 부동산 보유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시장경제의 핵심이 원활한 거래 아닌가. 거래세는 그런 과정을 막기 때문에 해롭다.

반면 보유세는 해로운 효과가 훨씬 덜하다. 토지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어서 토지 보유세를 부과하더라도 사람들의 토지보유나 토지이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거래세를 없애고 보유세를 높이자는 것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작은 세금을 택하자는 말과 같다.

혹자는 투기억제를 위해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그것은 난센스다. 투기억제라면 거래세를 강화해서 아예 거래를 막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또는 거래세도 높이고 보유세도 높이는 것이 더 투기억제에 효과적일 것이다.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는 투기 억제 때문이 아니라 경제활동에 미치는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보유세란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모두 제대로 된 보유세는 아니다. 본래의 취지에 맞는 보유세는 단일 세율의 토지보유세이다.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대해서만 부과해야 한다. 또 소유자와 무관하게 모든 용도의 토지 가액에 대해서 동일한 율의 세금을 부과해야만 조세의 해로운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토지보유세라 하더라도 정도껏 부과해야지,너무 고율이 되면 땅 주인에게서 토지를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관심을 앗아가 버릴 수도 있다. 토지보유세가 가장 덜 나쁜 세금이기는 하지만,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조건을 벗어나면 보유세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해로울 수 있다. 베트남의 하노이나 미국의 뉴올리언스에 가면 기형적으로 좁고 긴 주택을 볼 수 있는데,그건 한때 이 도시들의 보유세가 토지의 가액이 아니라 도로에 접한 길이에 따라 부과됐기 때문이다. 잘못된 보유세가 주택의 형태를 왜곡시켜 시민들의 주거생활을 아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이상적 조세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토지뿐만 아니라 건물에 대해서도 부과되며,용도별로 엄청난 세율의 격차가 있다. 무엇보다도 누진구조를 갖고 있어서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그렇다. 그런 종합부동산세를 지키자는 것은 상위 1%의 것을 빼앗아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는 것일 뿐,거래세 완화-보유세 강화 원칙의 취지와는 동떨어져 있다. 지금과 같은 왜곡된 보유세는 강화할수록 경제활동은 위축된다. 노무현 정권은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헌법처럼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명박 정권은 과연 그 덫을 벗어날 수 있을까. 분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