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를 4대째 계승하고 있는 김희수씨(46)는 3년 전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둔 뒤 지금은 군포의 자택에 공방을 챙겨놓고 주문이 오는 대로 윤도를 제작하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틈틈이 방학이 되면 아버지의 윤도 제작 과정을 지켜보다가 1986년 제대 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10년 전 문화재청으로부터 무형 문화재 이수자로 지정받아 3년 전 윤도장 전수자로 승격됐다. 달라진 건 월 10만원의 교육비가 50만원으로 올라간 것.

"재료비를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죠.그나마 지난해에는 문화재청에서 국빈 선물용으로 700만원어치를 구입해 줘 다소 도움이 됐습니다. 청와대나 대기업 등에서 전통 공예품을 외국 손님들에게 선물로 주는데 도자기나 부채 한복 같은 것도 좋지만 과학성이 담겨 있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윤도를 채택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씨는 윤도 제작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 중국 충칭(重慶)에 시계점을 냈으나 겨우 현상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윤도 계승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앞으로 보다 색다른 윤도를 만들 생각이다. 큰할아버지인 고(故) 김정의 옹이 평판 형태의 윤도를 위주로 나침반이 달린 부채(선추ㆍ扇錘)와 작은 화장거울이 달린 나침반(면경대ㆍ面鏡臺)을 만들었고 부친이 윤도 뚜껑에 거북 등 십장생을 새겨 넣어 예술성을 높인 것처럼 자신도 전통 민화나 토속 문양을 조각한 새로운 패턴의 윤도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값싼 중국 윤도가 들어오고 있다. 김씨는 "중국 윤도는 플라스틱이나 무른 나무판에 글자를 인쇄한 뒤 코팅한 것으로 나침반 바늘이 정남향을 가리키지 못하고 조그만 충격에도 바늘이 떨어질 정도로 조악하다"며 "윤도는 수요도 많지 않거니와 공업적으로 제작하면 그 의미가 퇴색하는 만큼 앞으로도 수작업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4년 전 지은 윤도장 전수관을 키워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에 장착됐던 나침반,수백 년 전 뱃사람들이 항해에 사용했던 나침반 등을 전시하는 세계적인 나침반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틈나는 대로 국내외 여행 중 골동품 가게에서 나침반을 사 모으고 있지만 개당 수만원, 최고 200만원이나 되는 걸 구입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추산해 보니 10억원 정도면 박물관을 짓는데 국비 지원이 없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 3인 아들(상만)이 가끔 작업실로 찾아와 비상한 관심을 가져 줘 다행"이라며 "5대까지는 이어질 것 같아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