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월스트리트'(금융)에서 전 세계 '메인스트리트'(실물)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유로권 제조업지수들이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으며,일본 대형 제조업체의 경기지표인 3분기 단칸지수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신용경색보다 더 무서운 글로벌 불황이 오고 있다"(헨리 허만 웨델&리드파이낸셜 대표)는 경고도 나온다.

◆제조업지수 일제히 추락

미 금융위기의 불길은 '주식회사 USA'를 휘감는 양상이다. 제조업 경기의 풍향계인 9월 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43.5로 전달(49.1)보다 급락했다. 2001년 10월 이래 최저치이며,낙폭은 1984년 이래 가장 큰 것이다. 이 지수가 50을 넘어서면 경기확장을,밑돌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미국의 9월 신차판매도 96만4873대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6.6% 감소했다. 1991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미국발 위기는 유럽과 중국 일본 등 글로벌 경제를 전염시키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9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45를 기록,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은 상황이 더 심각해 9월 PMI지수가 41로,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본의 3분기 단칸지수도 2003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 4~9월 중 신차 판매대수는 242만대로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올 연간으로 성장률은 제로(0)%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추가 경기부양책 검토에 착수했다. 인도의 제조업 증가율도 지난 14개월 새 가장 낮은 폭에 그쳤으며,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선 8월 승용차 판매가 45만13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4% 감소했다. UBS의 조지 매그너스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40%가량이 이미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불황의 늪에 빠지나

USA투데이와 갤럽이 최근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명 가운데 1명(33%)이 '경제가 이미 불황 국면에 빠졌다'고 답했다. 통상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침체로 정의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대규모와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불황'으로 진단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은 미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심장마비'를 겪은 뒤 빈털터리가 됐다"며 "경제는 한동안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실업률이 25%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6~7%대의 실업률을 갖고 불황을 예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yooby@hankyung.com

<용어풀이>

◆메인스트리트(Mainstreet)=원래 미국 영국 등의 도시나 마을에 상점 등이 몰려 있는 상업 중심지를 뜻한다. 최근 금융위기 와중에 미 금융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 빗대 실물경제를 뜻하는 말로도 자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