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학습 미진아가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핀란드의 공교육 제도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핀란드는 또한 중학생의 60%가 기술을 배우는 직업학교(고교과정)로 갈 정도로 직업교육도 모범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2일 직업학교 진학을 장려하기 위해 '마이스터고' 9개교를 선정함에 따라 핀란드의 직업학교 모델은 더욱 눈길을 끈다.

◆'졸업 후 초봉,대졸자 웃돌아'

지난달 21일 방문한 핀란드 최대 직업학교 '헬테크(Heltech)'의 프린팅 작업실.구스타프손 기아 양(18)이 돋보기를 통해 컬러프린트의 색깔이 제자리에 칠해졌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컬러프린팅은 섬세한 작업이에요. 각각의 컬러가 제자리에 배치되지 않으면 온전한 색감을 낼 수 없죠." 원래 미술작품을 좋아했던 그는 예술작품들을 진품처럼 복사해내는 '아트 프린팅'을 배우는 중이다.

헬테크는 핀란드 최대의 직업학교다. 전체 학생 수만도 4000여명에 달한다. 프린팅 기술을 비롯해 8개 분야의 전문 기술을 가르친다. 에리키 투오미넨 교장은 "핀란드에선 전체 중학생의 60% 정도가 직업학교를 선택한다"며 "최근 2~3년 사이 고학력 실업자가 늘면서 직업학교를 택하는 학생이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리노사리 리나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공부보다는 기술을 선호한다"며 "직업학교만 나와도 어깨 펴고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졸업 후 핀란드 아트갤러리에 취직이 예정된 기아 양의 초봉은 5700만원(3만6000유로) 정도.유럽의 높은 물가 수준을 고려해도 높은 연봉이다. 기아 양은 "직업학교 졸업 후 첫 연봉은 업종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대학 졸업자 초봉을 웃돈다"고 말했다.

◆1000개 기업으로 실습 파견

핀란드의 직업학교와 기업 현장은 씨줄과 날줄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학교에서 5단위(40주)를 이수한 뒤 기업 현장에서 1단위(8주)를 마친다. 3년 내내 '학교와 기업'을 오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기업은 실습나온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대신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리나 교사는 "현재 1000여개의 기업으로 학생들을 파견한다"며 "학생들은 교사가 선정해준 기업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졸업 후 학생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기술인 자격증(polytechic degree)을 받는다. 이는 대학 졸업 후 따는 학사 학위(bachelor's degree)와 같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26세의 늦은 나이에 헬테크를 찾은 핸드릭씨는 "프린팅 자격증을 따면 같은 일을 해도 연봉이 두 배로 뛴다"며 "졸업 후 다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해외 직업학교로도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추진하는 '레오나르도다빈치'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EU 지역 내 노동력 교류 활성화를 위해 학생 한 명당 1000유로씩 지원한다.

헬싱키(핀란드)=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