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국의 사상 최대 구제금융법안을 구조할 12명의 '백기사'가 될 것인가.

미 상원이 1일 7000억달러 지원이라는 골격을 유지한 채 일부 사항만 보완한 구제금융법안 수정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키면서 공은 하원으로 넘어갔다. 지난달 29일 표결에서 부결 처리한 하원은 이날 상원에서 4분의 3에 가까운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상당한 중압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호한도 대폭 확대와 중산층과 기업을 위한 대규모 세금 감면이라는 '감미료(sweetener)'를 잔뜩 친 수정안이 과연 하원의 반대파 의원 228명(공화당 133명,민주당 95명) 중 몇 명을 찬성쪽으로 돌려세울지가 관건이다. 이론상으로는 12명 이상의 찬성 의원이 생겨나야 하원에서 과반수(218명 이상) 찬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상원 수정안에 대한 하원 의원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구제금융법안 찬성파 중에서도 이를 못마땅해 하는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법안 반대파 중에서 '찬성'의 시그널을 보내는 의원들도 있다. 반대표를 던졌던 존 야무스 민주당 의원과 짐 램스태드 공화당 의원은 "수정법안이 굉장히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짐 쿠퍼 민주당 의원은 "감세안이 적어도 10∼15명의 반대표를 찬성표로 둔갑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반면 감세안을 걸고 넘어지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블루 독(Blue Dogs)'이라는 자칭 민주당 내 49명의 보수의원들이 대표적이다. 스테니 호이어 의원은 "감세로 커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또 거둬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구제금융법이 시행되면 10년간 중산층과 기업 감세가 150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원의 양당 지도부가 2일 예정했던 표결을 3일로 미룬 것은 이런 복잡한 표 계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표 단속에 실패했던 지난달 29일의 전철을 밟지 않고 안정적인 찬성표를 확보하고 나서 표결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상원의원은 임기가 6년이어서 중간선거를 포함,2년마다 치러지는 선거에서 총 100명 의원 가운데 3분의 1만이 임기만료로 재신임을 받는다. 나머지 3분의 2는 오는 11월 의회선거와 관계없이 임기를 유지한다. 반면 정원이 435명인 하원 의원들은 임기(2년) 만료가 동일해 모두 오는 11월 선거에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하원에 이송된 상원 수정법안이 수월하게 통과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만 없는 이유다. 하원이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넘겨받아 그대로 표결에 부칠 수도 있지만,일부 내용을 다시 수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상원이 다시 수정법안을 표결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해 입법이 지연될 수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