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악재다. "

원ㆍ달러 환율이 2일 36원 넘게 폭등하자 외환딜러들도 "예상 밖"이라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 상원의 구제금융안 통과로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갑자기 환율이 뛰어오르자 상당수 딜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날 환율은 장 초반 전날보다 4원가량 오른 1190원대 초반에서 움직였지만 '구제금융안 통과' 소식이 알려진 뒤 오히려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223원대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환율 하락을 기대하고 달러를 팔아놨던 딜러들은 서둘러 달러를 되사느라 '묻지마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한 외환딜러는 "오늘은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결국 달러 부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증거 아니겠느냐"며 "요즘 시장에 거래가 워낙 적다보니 소량의 매수 주문만으로도 환율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오늘 같은 상황에선 사실 달리 할말이 없다"며 "달러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 한 딜러는 "현대자동차의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현저히 줄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신용위기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며 "금융위기가 앞으로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날 외환시장 종료 전부터 외화자금난 해소와 환율 급등 억제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예고했지만 시장 분위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정부의 달러 매도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환율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9월 무역수지가 예상보다 크다는 점,외환보유액이 9월에도 감소하며 6개월째 줄어든 점,외화자금난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시장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거나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점에서 이날 갑자기 환율을 끌어올릴 만한 '대형 악재'로 보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결국 달러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결정적"이라며 "요즘 시장은 호재는 거의 거들떠보지 않는 반면 악재란 악재는 모두 환율 상승의 재료로 갖다 붙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도 "지금 외환시장에는 달러 수급 불균형이 심한 상황"이라며 "달러 매도 주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