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장세가 계속되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증시가 해외에서 들려오는 뉴스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기업들의 내재가치나 기업 가치에 대비한 적정 주가 수준 같은 펀더멘털을 기초로 제시하는 전망들이 대부분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 시장 전망을 내놓아야 하는 시황 애널리스트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해외 변수의 영향력이 큰 것은 고사하고 향후 영향을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장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질책에도 아무 말 못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10월 증시 전망을 내려다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미국 금융위기 상황을 점검하는 특집 보고서로 대체해야 했다. 이 증권사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10월 전망 보고서를 준비해 지난달 30일 탈고할 예정이었지만 그날 아침 미국 증시가 하원의 구제금융법안 부결로 7% 가까이 급락하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해당 보고서는 소각할 수밖에 없어 리서치센터의 시황 애널리스트들을 총동원해 미 금융시장의 상황을 분석한 긴급 보고서를 대신 마련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미 증시와의 시차 때문에 늦은 밤과 새벽 사이에 대형 변수가 나오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사태 이후 뉴스에 따라 시장이 급변하는 바람에 어떤 분석기법도 통하지 않는 데다 밤 사이에 대형 악재들이 터져나오는 경우가 많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말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전해지는 사례가 잇달아 연휴를 앞둔 마음이 편치 않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의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도 "당장 이번 주말에 다음 주 주간 시장전망을 준비해야 하는데 뭘 써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억지로 논리를 끼워 맞추다 보면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책 방향이 시장흐름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등장하면서부터는 마치 맞히기 힘든 일기예보를 전하는 기상캐스터가 된 기분"이라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미 증시보다 오히려 침착하게 반응하고 있는 국내 증시를 보면 더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맥빠진 분석을 내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차피 지수 예측이 무의미해진 데다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단순히 덜 오른 종목이 더 오르고 많이 오른 종목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약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어서 "많이 떨어져서 올랐다"는 분석 아닌 분석 외엔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김진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주도주가 나서야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할텐데 현재로서는 정답이 불확실하다는 것뿐"이라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계량적 분석을 주로 하는 퀀트 애널리스트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퀀트 애널리스트는 "어차피 계량분석은 시장 대비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시황 애널리스트들보다는 부담이 덜하다"면서 "다만 수치 전망은 부담이 커 지수 분석은 다들 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세중 팀장은 "증시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의미"라며 "현재로선 조심스럽지만 구제금융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는 등 고비는 넘어가고 있어 투자심리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