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앤드루 왕자는 '세일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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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12시25분 대한상공회의소와 주한 영국 상공회의소가 앤드루 앨버트 에드워드 영국 왕자(48)와의 오찬을 마련한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앤드루 왕자를 기다리던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 시계를 연신 들여다봤다.
영국 대사관 직원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오전 면담 시간이 길어져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는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타고난 비즈니스 맨인 앤드루 왕자가 투자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손 회장은 기자에게 앤드루 왕자의 별명이 'Mr.컨시스턴시(Consistency)'라고 귀띔했다. "앤드루 왕자는 목표를 하나라도 세우면 변덕 없이 추진하고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언행일치 맨"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앤드루 왕자를 기다리는 동안 영국 대사관 직원들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영국 무역투자청(UKIT) 특별대표 자격으로 지난달 29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한 앤드루 왕자가 대사관을 통해 직접 조율해 놓은 면담 일정이 빡빡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현대중공업 등 기업체 방문과 정ㆍ재계 인사 면담 등 공식일정만 15개에 달했다.
대사관 직원은 "남용 LG전자 부회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주문했던 것도 앤드루 왕자였다"며 일정표를 보여줬다. 한 시간의 낭비도 없는 일정이었다. 조선업에 관심이 많아 일부러 지난달 29일 부산 공항으로 한국에 들어와 이튿날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했다. 지난 1일엔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전광우 금융위원장과 면담을 가졌고 남용 부회장을 사석에서 따로 만나 투자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찬장에 도착한 앤드루 왕자는 웃으며 "다음에 한국에 올 때는 런던~서울을 직항하는 영국 항공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운을 뗐다. 직설 화법이었지만 정중했다. 손 회장은 "적절한 농담을 섞어가며 좌중을 압도하는 말솜씨가 비즈니스 프로모션에서는 최고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앤드루 왕자는 "한국은 영국에 있어 사업상 특별한 파트너"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넓혀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도 영국을 연구개발을 비롯해 제조까지 협력하는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찬을 마친 그는 오찬장을 가득 채운 200여명의 국내외 기업인들에게 "굿 럭, 굿 비즈니스, 해피 프로핏(happy profits)"이라는 인사를 남기고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위해 자리를 떴다.
2001년과 2005년에 이어 세 번째 한국을 방문한 앤드루 왕자는 3일 한국을 떠난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 영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담당하는 앤드루 왕자는 연간 300회에 걸쳐 국내외 출장을 다니며 '경제 대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01년부터 특별 대표로 활동한 그가 2006년 말까지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 누적액은 1조1352억달러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앤드루 왕자는 전 세계를 오가며 투자 유치와 해외에 진출한 영국 기업들의 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며 "말이 특별 대사지,사실상 영국과 영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뛰어다니는 장사꾼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영국의 왕자라고 하면 정부 고위층 인사나 대기업 고위 인사 등에 면담 요청을 할 때 거절하기 힘들다"며 "왕자라는 신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국은 각국 주재 대사의 경우도 거의 브로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친기업적인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정재형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