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적립식투자가 정답

코스피지수(옛 종합주가지수)는 1980년 100으로 시작됐다. 만일 당시에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있어서 매월 10만원씩 투자했다면 현재 그 평가액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무려 약 19억원이나 된다. 여기에 28년 동안 발생했던 배당금을 재투자했다면 그 평가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반면 투자 원금은 2770만원에 불과하다. 매월 10만원씩 28년간 투자한 대가로는 꽤 괜찮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두고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경제적 사건이었던 1929년의 대공황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1980년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아보면 대공황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필적할 만한 정치·경제적 사건이 적지 않았다.

80년에는 광주민주화 운동이 있었고 87년과 88년처럼 국민들이 독재 정권에 거세게 저항했던 시기도 있었다. 외환위기의 한파로 전 국민이 고통 속에서 신음했던 때도 있었고 9·11테러라는 미국과 이슬람의 갈등이 전 세계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도 생생히 목격했다. 이 기간 대통령도 네 번이나 바뀌었다. 그러나 경제는 발전했고 주가도 그에 발맞춰 장기적으로 성장했다.

80년부터 지금까지의 투자 결과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첫째,경제가 망하지 않고 설사 위기가 오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하면 주가는 그에 수렴된다는 점이다. 둘째,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단기적인 정치·경제적 이벤트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런 이벤트는 주식을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가 80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 역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대형 악재는 늘 염가 세일의 찬스였다는 점이다. 셋째,노후 준비 등 가계 경제에서 중요한 경제적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소액이라도 빨리 꾸준히 오랫동안 투자하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 고령화는 불가피하게 국가 재정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적자 재정을 통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금 개혁의 방향은 개인의 부담을 더 지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노후 생활의 리스크를 줄이는 길은 일정 금액을 하루빨리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sglee@miraeasset.co.kr

◇알림='이상건의 펀드야 놀자'는 이번 회로 마감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장석훈 삼성증권 금융상품담당 이사께서 '펀드 클리닉'을 연재합니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이상건 이사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