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악몽' 지우고… 한국 경제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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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시작해 투자은행(IB) 파산,미국 금융시스템 붕괴 위험으로 확산되더니 이제는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R(경기 침체) 공포'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상품시장과 증권·외환·채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의 다른 표현이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구조적 대전환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가느냐에 따라 어제의 실력자가 오늘의 하수인이 되고,미리 준비한 자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결론은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이다.
대변혁의 시기에 한국호(號)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고,무엇을 해야 할까. 철저한 자기반성과 새로운 전략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우리 경제도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생산 출하 재고 등 주요 거시지표가 하나도 예외없이 '침체'로 꺾였다. 이제는 소비 둔화와 고용 부진마저 구조화하는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부진이 단순한 경기 사이클상의 후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잠재력 자체가 고갈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1~1997년 연 평균 6.6%에서 외환위기 이후인 1998~2006년 4.5%로 크게 하락했다"며 "외환위기 이후 국내 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나마 있던 투자 여력도 해외로 빠져나가 경제성장의 핵심인 자본 축적이 정체됐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1.0%에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주요 수입국들이 하나같이 경기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에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도 급락세를 보였다.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조선,자동차산업이 언제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해줄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외환위기라는 치욕적 시기를 거친 덕택에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이라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자신하기 어렵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한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20% 넘게 급등하고,은행들마다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 경제는 살아남기 위한 국가적 '투쟁'을 벌여야 한다. 국가의 비전은 물론이고 경제발전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들을 하나하나 심혈을 다해 고민해야 한다. 모든 자원과 가능성을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로 정배열시켜야 경제강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출범 8개월째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려 경제강국을 만들겠다고 했던 그 포부와 지향 자체는 분명 시대적 흐름과 일치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길지 않은 시간에 적지 않은 큰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득·법인·상속증여·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목의 세율을 과감하게 끌어내린 감세정책을 비롯해 고유가 극복을 명분으로 한 서민 지원과 경기부양책,기업 투자 애로를 해소해주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착수한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로는 서비스업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목표 아래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미래의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으로 '녹색성장'을 천명했다.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자며 자원 외교와 에너지산업 육성책을 마련 중이고 이전 정부와 달리 '갈라주기'식 지방 균형발전 정책 대신에 지역마다 광역경제권을 만들어 수도권과 경쟁하게 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펴고 있는 거시정책이 어떤 성과를 낼지,미진한 것은 없는지를 잘 따져보면서 위기를 돌파하고 성장잠재력을 계속 확충해 나가야만 도약의 기회도 움켜쥘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