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 자원시장의 불안으로 물가는 크게 오르고,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각국의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서 여러 나라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작년보다 12.4% 증가한 3000억달러의 공공 건설발주를 통해 고용 증가를 꾀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달 11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고,이탈리아는 110억달러를 투입해 서민용 임대주택을 건설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감세,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의 투자 촉진,서민용 주택건설 등을 통한 경기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경기대책 수단 중에서 가장 효과가 빠르고 승수효과가 큰 것이 공공투자 정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외국의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인프라가 1% 증가할 경우 생산은 대략 0.2~0.4%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다만 인프라 투자는 수명이 최소한 수십 년을 넘는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또 수혜자와 비용부담자 간의 불일치가 크다. 따라서 투자 결정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고,불확실성도 크고,이해 관계자도 많다. 아무리 정교한 분석모델을 동원해도 최적의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과대 또는 과소 투자가 일어나기 쉽다. 인프라 축적 기간이 30~40년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해 그 수준이 아직 한참 떨어진다. 국제통계를 보면 도로,철도 등의 경우 OECD 국가 중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꽉 막힌 도로와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보라. 관련 시설의 부족으로 같은 태풍에도 일본보다 몇 배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것은 외국에 가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이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고 하지만,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가구가 13%에 달할 정도로 질적 수준에는 아직 문제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 투자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편협해 보인다.

건설 투자를 무조건 낡은 발상이라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미래지향적 건설 투자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두바이를 보라. 건설 투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인프라 투자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정착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