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운송료 추락 어디까지…
지난 2004년 이후 호황을 지속해온 벌크 해운시장에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철광석,석탄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비정기선)의 운임지수를 나타내는 BDI(벌크운임지수)는 바닥을 예측키 어려울 정도로 추락 중이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만대를 넘어섰던 BDI는 지난달 26일 4000포인트대로 주저앉은 데 이어 지난 2일 전날보다 35포인트 하락한 2990포인트를 기록했다. BDI가 2000포인트대를 기록한 것은 2006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해운업계는 통상 성수기로 여겨지는 4분기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온 3000포인트대가 붕괴됐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실물경기의 침체,가격 인상을 겨냥한 브라질의 철광석 선적 거부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00포인트대마저 지켜내기 힘들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벌크업황 특성상 BDI가 급락하면 투매 심리까지 가세해 실제 상황보다 악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선박용선 중개업자는 "브라질이 철광석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중국 선박에 물량을 주지 않아 대형 선박들이 브라질항에 정박한 채 운항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으로 옮겨갈 물량이 동난 상태에서 배는 넘쳐나기 때문에 BDI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벌크 해운시황이 악화되면서 18만DWT(재화중량톤수)급 대형 벌크선인 케이프사이즈를 1년 동안 빌리는 데 드는 가격(용선료)은 최근 10여일 새 반토막났다. 벌크선사인 스위스마린은 2005년 건조된 18만265DWT급 케이프사이즈를 11월 1~10일 인도하는 조건으로 하루 5만5000달러를 받기로 최근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중순까지는 이 정도 규모의 배를 빌려주는데 10만달러를 받았다.

대한해운도 올해 들여오는 5만7000DWT급 소형 선박인 '마린포춘'호를 3년 동안 하루 3만6000달러씩 받고 빌려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용선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BDI 급락과 용선료 하락으로 소형 벌크선사들의 경영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중대형 선사들은 BDI가 2000포인트대로 내려가더라도 견딜 수 있다"며 "하지만 BDI 8000포인트대에서 배를 빌려 운영에 나선 소형선사들은 조만간 손드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용어풀이>

◆벌크선운임지수(BDI)=철광석ㆍ석탄ㆍ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 시황을 나타낸다. 세계 26개 주요 항로의 배 유형별 벌크화물 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했다. 1985년 1월4일을 기준시점(지수=1000)으로 삼아 1999년부터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