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4일연속 급등 … 신용마비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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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단기자금 조달 창구 사실상 막혀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 신용경색(credit crunch)을 넘어 신용마비(credit paralysis) 상태다. "(로이터) 7000억달러 규모의 지상 최대 구제금융 작전에 대한 기대감도 얼어붙은 글로벌 자금시장을 녹이지 못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흐름이 막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층 심각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유럽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융자 금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가 급등,달러 자금 거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출 또한 중단되면서 기업 경영에 대한 압박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신용위축 위기감은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스템 마비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기업 단기자금 조달창구인 기업어음(CP)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치며 업체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1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미국의 CP 잔액은 1조607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949억달러(5.6%)나 줄어든 것으로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발행한 CP 잔액은 649억달러(8.7%) 급감,2년 만에 최저 수준에 달했다. CP를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영국은행연합회(BBA)에 따르면 이날 3개월짜리 달러를 빌릴 때 적용하는 리보는 0.06%포인트 오른 연 4.21%를 나타냈다. 1월11일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9월 중순과 비교해도 1.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은행들끼리도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은행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급 융자로 겨우 필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리보는 기업 대출과 개인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외자차입 등 대부분 국제 금융거래의 기준금리로 통용되고 있다. 금융정보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전세계 10조달러에 달하는 기업 대출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학자금 대출 등의 금리가 리보에 연동돼 있다. 따라서 이날 하루 리보 상승으로 전세계 가계 및 기업은 연간 60억달러(7조2000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영국중앙은행(BOE)은 3일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들에 대한 3개월 대출시 적용하던 담보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기업 경영 압박도 본격화
자금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은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본 도쿄에서도 은행끼리 매일 자금을 융통하는 달러자금 시장이 '기능정지' 상태다. 그동안 달러를 빌려줘왔던 일본 신탁은행 및 지방은행이 다른 금융사들의 디폴트(도산) 리스크를 우려해 대출을 줄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시중은행들의 달러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주 초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긴급 수혈키로 했다.
대출난이 심화되면서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전미중소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출이 줄어들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대답한 중소기업은 8월 67%로 2월 조사 때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자금 조달 난항으로 위기를 맞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원업체인 엑스트라타는 세계 3위 백금업체인 영국 론밍에 대한 약 50억파운드(10조원) 규모의 매수 제안을 취소했다.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영국 헤지펀드인 ECU 그룹의 닐 매키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단기 자금시장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글로벌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경우 가계와 기업 등 실물경제까지 괴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인한/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흐름이 막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층 심각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유럽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융자 금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가 급등,달러 자금 거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출 또한 중단되면서 기업 경영에 대한 압박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신용위축 위기감은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스템 마비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기업 단기자금 조달창구인 기업어음(CP)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치며 업체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1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미국의 CP 잔액은 1조607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949억달러(5.6%)나 줄어든 것으로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발행한 CP 잔액은 649억달러(8.7%) 급감,2년 만에 최저 수준에 달했다. CP를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영국은행연합회(BBA)에 따르면 이날 3개월짜리 달러를 빌릴 때 적용하는 리보는 0.06%포인트 오른 연 4.21%를 나타냈다. 1월11일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9월 중순과 비교해도 1.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은행들끼리도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은행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급 융자로 겨우 필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리보는 기업 대출과 개인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외자차입 등 대부분 국제 금융거래의 기준금리로 통용되고 있다. 금융정보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전세계 10조달러에 달하는 기업 대출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학자금 대출 등의 금리가 리보에 연동돼 있다. 따라서 이날 하루 리보 상승으로 전세계 가계 및 기업은 연간 60억달러(7조2000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영국중앙은행(BOE)은 3일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들에 대한 3개월 대출시 적용하던 담보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기업 경영 압박도 본격화
자금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은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본 도쿄에서도 은행끼리 매일 자금을 융통하는 달러자금 시장이 '기능정지' 상태다. 그동안 달러를 빌려줘왔던 일본 신탁은행 및 지방은행이 다른 금융사들의 디폴트(도산) 리스크를 우려해 대출을 줄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시중은행들의 달러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주 초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긴급 수혈키로 했다.
대출난이 심화되면서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전미중소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출이 줄어들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대답한 중소기업은 8월 67%로 2월 조사 때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자금 조달 난항으로 위기를 맞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원업체인 엑스트라타는 세계 3위 백금업체인 영국 론밍에 대한 약 50억파운드(10조원) 규모의 매수 제안을 취소했다.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영국 헤지펀드인 ECU 그룹의 닐 매키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단기 자금시장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글로벌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경우 가계와 기업 등 실물경제까지 괴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인한/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