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S변함없는 저PER주는

가치주 아니라 하락株일 뿐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나 장기투자자라고 착각하지마세요. 개인들이 장기투자자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1만원하던 주식이 8000원,5000원으로 떨어져서 물릴 때입니다. "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국내 증시도 맥을 못추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이 미국 정부에 손을 벌린 데 이어,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일렉트릭(GE)마저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만난 온라인 증권전문방송 상TV의 최승욱 대표(45)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치투자라는 허상에 빠져 무기력한 종목을 선호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승욱 대표는 1500여명에 달하는 증권 교육생들을 배출했으며 이들로부터 '평생사부'로 불리고 있다. 그는 방송과 책을 통해 증권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경제TV에서 개그우먼 김미화와 함께 진행한 '김미화,최승욱의 주식인생 대역전'은 한국경제TV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1년 '초단타매매 고수 따라하기'를 내놓은 이후 지난달 '따블맨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한 권씩 새 책을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주식천재가 된 홍대리'의 저자도 바로 최 대표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상TV는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에 장중 실시간으로 증권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전문방송이다.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않아

항상 한발은 증시에 담궈야

"가치주라고 하면서 PER(주가수익비율)가 낮은 주식을 사라고 합니다. 하지만 EPS(주당순이익)가 그대로라면 PER가 낮아졌다는 말은 주가가 떨어졌다는 뜻일 뿐이죠.결국 저PER주를 사라는 얘기는 떨어지는 주식을 좋은 주식이라고 하는 셈입니다. "

가치투자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어느 외딴 시골에 있는 좋은 집과 시내 한복판에 있는 허름한 집이 있다고 칩시다. 어느 집이 더 투자가치가 있을 까요. 아무도 관심 없는 한적한 곳의 집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페인트 칠이 벗겨지고 나면 폐가가 되고 맙니다. 반면 시내의 허름한 집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고층빌딩이 올라서는 자리가 됩니다. 시장을 이끌 수 없는 개인은 소외된 가치주보다는 돈이 몰리는 유망업종의 강한 종목을 사야한다는 답이 나오는 거죠."

최 대표는 그 스스로 1990년대 중후반 깡통계좌를 두 번이나 찼던 경험이 있는 개인투자자 출신이다. "바닥에 발이 닿는다는 느낌이 안들 정도더군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용달차를 몰고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그땐 정말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었죠."

모든 것을 포기했던 그에게 부인이 아이들의 보험과 적금을 깨서 마련한 1700만원을 내밀었다. "절대 잃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쉽게 투자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전국을 돌며 고수라는 고수들은 다 쫓아다니며 주식을 배웠습니다. "그 뒤 그는 코스닥 활황기에 치밀한 차트분석으로 큰 수익을 얻어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대학 때 학교신문에 소설을 연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성공기를 인터넷 주식정보 사이트에 올리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2001년엔 신림동에 트레이딩 센터를 차려 본격적인 투자교육자의 길로 들어섰다.

개인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주가가 하락할 때 직접투자의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고 말한다. 주가가 오를 땐 자금력으로 무장한 펀드가 돈을 계속 쏟아부으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주가가 꺾이고 나서는 재빨리 움직일 수 있는 개인의 장점이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강한 종목만 패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은 모든 이동평균선이 모이고 거래량이 붙는 강한 종목에 올라타서 수익을 얻는 게 답입니다. 저점대비 20% 이상 오르거나 대형 기관이 매수했다든지 하는 재료가 있으면 더욱 좋죠.또 자신이 정한 기준에 충족되면 매수를 하되 고점대비 하락률이 커지는 등 추세를 이탈하면 미련없이 던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원칙만 잘 지킨다면 5 대 5의 승률이라고 해도 수익은 훨씬 크게 얻을 수 있습니다. "

그는 지금 장세를 매수 적기라고 지적했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이런 말을 하면서 답답해 했다고 합니다. 유오성이 '니가 가라 하와이'라면서 담배도 던지고 배경음악도 쾅쾅 깔았는데 아직도 누가 장동건을 죽였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죠.오히려 지금 장세는 그것보다 더 노골적으로 매수 타이밍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개인이 완전한 바닥에 들어가기는 불가능합니다. '어어'하다보면 어느새 지수는 V자를 그리며 날아간 뒤죠." 그는 환율효과가 기대되는 수출주,기관매수가 기대되는 통신주,그리고 정책관련주 등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그가 개인투자자에게 강조하는 점은 '주식시장을 빈번하게 들락날락하지 말 것''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할 것''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대한 마음을 가질 것' 등 크게 세 가지다.

"항상 한 발은 주식시장에 발을 담궈 놓으세요. 3만원에서 산 사람은 4만원으로 올라도 살 수 있지만,한 주도 없는 사람은 영영 기회를 놓치게 될 뿐입니다. 또 필요 이상으로 계좌에 종목을 많이 두지 마세요. 이익을 상쇄할 뿐 아니라 신속한 교체매매를 방해해 손절매 실패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따블맨'이 돼야 합니다. 작은 이익에 쉽게 물량을 던져서는 절대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 그는 "2006년 5만원하던 현대중공업이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55만원까지 폭등했지만 대부분의 개인들은 비싸지는 과정에서 모조리 던지고 말았다"며 "오르는 종목은 쫓아가지 못하고 싼 종목으로 갈아타는 데만 익숙해서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한마디를 개인투자자들에게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절대 깡통차지 마세요. 계좌에 몇 백만원이라도 있는 것과 깡통과는 천지차이입니다. 깡통은 사람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갑니다. "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