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기세로 보아 '고국에서 첫 승'이 기대됐던 재미교포 앤서니 김(23ㆍ나이키골프)이 둘째날엔 뒷걸음질쳤다. 그가 숨을 고른 사이 다른 선수들이 순위표 상단을 차지하면서 내셔널타이틀의 향방을 점칠 수 없게 됐다.
3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ㆍ길이7185야드)에서 속개된 제51회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3억원) 2라운드는 안개 때문에 2시간30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오전 7시25분에 출발하려던 앤서니 김은 10시가 다 돼서야 첫 샷을 날릴 수 있었다. 40명은 일몰로 2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

두 시간여의 공백으로 리듬이 깨진 탓일까. 인코스에서 시작한 그는 평소 파5홀로 운영되는 11번홀(파4),우정힐스CC의 상징홀인 아일랜드 그린의 13번홀(파3),파3홀 중 가장 긴 16번홀(길이 248야드)에서 잇따라 보기를 기록했다. 일곱홀에서 3타를 잃으면서 순위표 상단에서 내려갔다. 아홉번째 홀인 18번홀(파5)에 가서야 첫 버디를 잡은 김은 후반 들어 2번홀(파4)에서 티샷이 물 속으로 들어가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벌타 드롭 후 친 세번째 샷을 홀에 붙여 파로 마무리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3,8번홀에서 버디 2개를 추가하며 다시 선두권으로 진입한 김은 9번홀(파4)에서 티샷이 OB가 나면서 더블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이날만 2오버파,2라운드 합계 5언더파 137타(64ㆍ73)로 첫날 단독 1위에서 공동 4위로 처졌다.

김은 "오늘 나쁜 일은 빠짐없이 다 생겼다. 한 날 OB가 나고 볼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이 안난다"면서 "그나마 2오버파면 잘 막았다는 생각"이라고 침울하게 말했다. 그는 "3라운드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 드라이버를 잘 치고 퍼트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은 그런데도 모여든 팬들에게 오랜 시간 사인을 해줬고 하나은행이 마련한 골프클리닉에서 열심히 레슨을 해 '세계적인 선수는 뭔가 다르구나'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김이 주춤한 사이 김위중(28)과 김대섭(27ㆍ이상 삼화저축은행),이안 폴터(32ㆍ영국)가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지난달 초 연우헤븐랜드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김위중은 이틀 연속 4타를 줄인 끝에 합계 8언더파 134타(67ㆍ67)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아마추어시절 이 대회에서 두 번 정상을 차지했고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대섭은 3타(버디5 보기2)를 줄이며 합계 7언더파 135타(67ㆍ68)로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세계랭킹 28위 폴터도 데일리베스트인 5언더파를 치며 김대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밖에 배상문(22ㆍ캘러웨이)이 4위,황인춘(34ㆍ토마토저축은행),홍순상(27ㆍSK텔레콤)이 합계 3언더파의 7위로 우승경쟁에 가세할 태세다. 국내 상금랭킹 1위 김형성(28ㆍ삼화저축은행)과 지난해 상금왕 김경태(22ㆍ신한은행)는 각각 합계 8오버파,10오버파로 탈락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