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비합리적…사회적 갈등 소지

지난 3~4년간 우리 국민들의 세(稅)부담은 급격하게 늘었다. 호황일 때야 세 부담이 늘어도 괜찮지만 경기가 어려워질 때의 과도한 세금은 민간 부문의 소비 위축과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 우리 경제에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세로 국민과 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감세와 더불어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불합리한 세제를 개편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과도한 세 부담

현행 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 세 부담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00년 이후 7년간 3.1%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2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조세부담률인 26.9%보다는 낮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미국의 경우 20.6%,일본 17.3%,중국 16.8%,대만 14.1%,싱가포르는 13%에 불과하다.

이 같은 과중한 세 부담은 소비를 갈수록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1998~2007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연 평균 2.8%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4.3%)보다 낮았다. 국민의 지갑에서 세금으로 나가는 돈이 늘어나다 보니 쓸 돈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국민과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다. 감세→소비와 투자 활성화→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장동력도 약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의 세 부담이 높은 것도 현행 세제의 문제점이다. 과도한 세금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이에 따라 경제 성장동력이 사그러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과표 1억원 이하까지는 13%,1억원 초과분은 25%로 정해져 있다. 최고세율만 놓고 본다면 OECD 회원국 평균인 24.4%보다 높다. 싱가포르 18%,대만 17.5%,홍콩 16.5% 등 경쟁국과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경제계는 과도한 법인세 부담을 기업 투자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꼽아왔다.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높을수록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속·증여세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이는 일본과 더불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들의 상속세 최고세율을 살펴보면 영국과 프랑스는 40%,미국은 45%,스페인은 34%,독일과 벨기에는 30%에 불과하다. 상속·증여세 부담이 크다 보니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정상적인 가업 대물림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사회적 갈등 부추겨

합리적이지 못한 부동산 보유세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정부 때 도입한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1~3%의 높은 세율을 매기는 이 제도는 '징벌적 세금'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재산세가 별도로 존재함에도 전체 세대의 2%에 대해서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다 보니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투기 목적이 아닌 실제 거주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투기 목적 보유자와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 등도 문제점으로 꼽혀 왔다. 아울러 매년 과표 적용률이 높아지는 탓에 연금생활자나 중산층 등의 경우 소득이 별로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세 부담이 급증해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종부세 납세자의 35%가량이 소득 4000만원 이하 중산층이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보유세는 단일 세율로 지방세(재산세)로 과세하는 게 바람직하고,종부세처럼 발생하지도 않은 이득을 평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