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이 서로를 제약하거나 딛고 올라서려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분업을 통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낙후된 지방의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을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광역권별로 도로와 철도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내용을 담은 '30대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만 총 5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선도 프로젝트가 다른 국책사업과 구별되는 점은 경제성 분석을 앞세우기보다는 선제적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기반 시설이 없어 낙후되고,낙후됐기 때문에 교통량 수요가 적어 또다시 기반 시설 확충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전국적으로 도로 철도 등 자생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는 SOC가 대대적으로 확충된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수송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제2외곽순환도로(인천~파주~양평~오산~인천)가 조기 건설되고,원시~소사~대곡을 잇는 복선 전철과 인천지하철 2호선 등 광역 철도망을 설치하는 데도 예산의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충청권은 대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바이오단지로 개발 중인 오송을 잇는 신교통 수단이 선도사업으로 선정됐다. 신교통 수단은 급행간선버스(BRT·bus rapid transit)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도시와 기존 충청권 중심도시들 간의 기능적 연결을 강조한 것이다. 제2경부고속도로는 서울과 행정도시를 직접 연결하고,제2서해안고속도로는 산업 물동량을 주로 처리할 예정이다.

호남권은 새만금개발을 '농지 공급 위주'에서 '신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을 비롯해 호남고속철도 광주외곽순환도로 등 교통망 개선 사업이 대거 선도프로젝트로 뽑혔다. 동남권에서는 경전선 복선전철(부산~마산~진주~광양),동북아 제2허브 공항,부산외곽순환도로 등이 SOC를 확충하는 사업들이다.

대경권은 경제성 평가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동서 6축 고속도로 상주~영덕 구간을 우선 착공키로 해 경북 내륙지역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대구외곽고속도로는 대구의 도시 효율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권은 동서2축 고속도로(춘천~양양)와 원주~강릉철도,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 등이 일제히 추진되면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관광객이 쉬러 오기 좋도록 교통체계가 개선될 전망이다. 제주권의 경우 서귀포 크루즈항을 관광중심 항구로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정부는 이 같은 SOC 사업을 포함한 30대 프로젝트를 국가재정계획과 광역경제권발전계획에 반영해 내년부터 예산을 지원하는 한편 재정,공기업 재원,민간자본 등 가용 재원을 적절히 활용키로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