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지 정책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예산이 중요하다. 복지부가 여러 현안들에 대해 의욕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예산의 뒷받침은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은 복지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두고 짜여졌다. 지난 참여정부 때와 비교해 연구개발(R&D)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획기적으로 늘린 반면 보건복지 부문 등의 증가율은 하향 조정됐다.

물론 복지부의 예산은 올해 15조8000억원에서 내년 18조원으로 14% 증가한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복지부 예산 평균 증가율 12.6%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 법으로 명시된 제도 확대에 따른 자연증가분을 충당하고 나면 새로운 정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충분한 예산이 있어야 기초연금 도입 등 장기 과제도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복지부가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소신보다는 여론에 많이 좌우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촛불시위'에 묻혀 통과되지 못했고 영리병원 허용 문제도 이야기조차 제대로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을 민간에 위탁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가입자 대표 등이 운용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복지부는 이 같은 목소리에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이나 약국 제약사 등 복지부와 이해 관계가 얽힌 곳에 너무 얽매여 있는 것도 문제다. 가령 법인이 약국을 만들지 못하게 해놓은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난 상태이지만 약국들의 반대가 심해 이를 법령으로 고치지 못하고 있다. '자격증 없는 사람에게도 개업할 수 있게 한다'는 자격증 제도 개선 문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