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도 불타는 창작열 "우리는 영원한 현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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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한 현역이다. "
실향민 노화가 장성순 화백(81)과 박돈 화백(본명 박창돈ㆍ80)이 나란히 개인전을 열어 80대에도 식지 않는 창작 열기를 과시한다. 함경도 함흥이 고향인 장 화백은 감성적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고유의 추상미술 세계를 일관되게 고집해 온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 황해도 장연 출신인 박 화백은 향토색 짙은 감수성을 미감으로 되살려내는 구상 작가다.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갤러리에서 8~13일 전시회를 갖는 장 화백은 서울대 미대에서 수학했으며 박서보ㆍ김창열씨 등과 함께 1960년대 '엥포르멜 운동'에 앞장섰던 작가다. 화업 반세기를 넘은 80대에도 화필을 놓지 않아 후배 작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요즘도 경기도 안산 월피동의 작업실에서 매일 5~8시간씩 작업에 몰두한다. 작업실에 앉아 있어야 즐겁고 자유롭다고 한다.
돌(소재)이 주는 감동을 캔버스에 옮겨온 그는 전업작가로 살아온 50년 화력(畵歷)에 비해 작품 수가 적기로도 유명하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이 600여점에 그칠 정도.그는 "아무리 시대가 변하더라도 내 작품세계와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은 오직 나뿐일 것이고,찾는 이가 없어 고독하다면 그 역시 숙명"이라며 대쪽같은 자존심을 내비쳤다. '추상 50년'을 주제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80여점의 작품이 출품되며,회고록도 발간된다. (02)724-6322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7~21일 개인전을 여는 박돈 화백은 해주예술학교 미술과 출신으로 작품활동 50년 동안 실향민의 향수를 향토색 짙은 문학 작품처럼 화면에 담아왔다. 올록볼록한 바탕에 덧칠로 광택이 사라진 화면 위로 실향민의 추억과 애수를 즐겨 그리는 것이 특징.장산곶 마루에서 내려다 보이는 몽근포해수욕장,멀리 백령도의 산봉우리,그리고 젊은 날 첫사랑의 소녀,피리를 불고 말을 탄 남자 등의 작품들은 토벽에 그린 벽화 같은 향토적인 느낌을 준다.
화실에서 아예 속옷까지 벗고 있을 정도로 열이 많아 사시사철 부채와 얼음물을 찾으면서도 창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스스로 '센 성격'이라 말하는 그는 그림을 요구하는 세도가에게 자신의 눈을 찔러 외눈박이가 된 조선조 화가 최북의 얘기를 소개하면서 "예술가는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요즘 후배들에게 강조한다고 했다.
하루종일 관악구 남현동 작업실에서 그림에만 열중하는 그는 "영원한 자유인을 추구하는 것이 화가의 길"이라며 "작업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화실을 찾아오겠다는 사람들에게 거부의 뜻을 전하기 일쑤"라고 했다.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토기 소년''명사십리''운해' 등 동화같은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549-3112
김경갑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