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기각

명예퇴직을 놓고 벌어진 SC제일은행 노사 간 갈등에서 법원이 "노조가 합의권을 남용했다"며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노조가 사측과 합의해야 할 사항과 직접 연관이 없는 사안을 두고 회사 경영에 제동을 거는 행위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동명)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SC제일은행지부가 "회사 측이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강제로 명예퇴직을 종용하고 있다"며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퇴직 실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와 노조 측이 명예퇴직 실시 일자를 노사 간 합의로 정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결렬되자 일방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명예퇴직에 대해 노사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결정적 계기는 노조가 명예퇴직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지점장에 대한 6개월 단위의 후선발령'을 문제로 삼았기 때문이므로 명예퇴직 실시를 정지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합의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사측이 명예퇴직을 강요했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강요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명예퇴직 실시로 인해 어떤 법적 불이익도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SC제일은행은 지난 9월10일 사측이 '본점 슬림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명예퇴직 대상이 단체협약 규정에 비해 확대된 '2008년 희망퇴직 방안'을 발표하면서 노사 간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는 명예퇴직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 등을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