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회수는 초기 수순 … 부실은행 국유화 등 갈길 멀어
니혼게이자이, 90년대 日 위기와 비교

금융회사가 가진 부실채권 매입을 골자로 한 미국의 구제금융법은 금융위기 해결의 '3부 능선'쯤 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겪었던 1990년대의 금융위기 해결과정에 비춰볼 때 정부가 나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단계는 초기 수순에 불과하며 은행의 국유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금융위기 당시에도 초기엔 부실채권 매입이 큰 문제였다. 위기가 발생해 신용경색이 심화된 단계에선 중앙은행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면 됐지만,금융회사의 부실이 커지면서는 부실자산 처리가 당면 과제였다. 일본에선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1993년 은행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공동채권매수기구'를 발족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1999년 부실채권 처리에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하고,'정리회수기구'를 발족시켰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에 의한 부실채권 매수가 바로 이 단계에 해당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부실채권을 정리회수기구에 넘기면 은행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은행들이 꺼리는 바람에 부실채권 처리가 늦어졌다. 그로 인해 은행의 부실은 점점 더 쌓여갔고,결국 손실이 늘어난 은행들은 정부에 자본 확충을 요청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본을 확충시켜주는 한편으로 부실이 심각한 은행은 아예 국유화해 버렸다. 일본의 금융위기는 리조나은행 등 일부 은행의 국유화가 이뤄진 뒤에야 해소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일본과 똑같은 길을 걷는다면 앞으로 부실은행에 공적자금을 직접 투입하게 될 것"이라며 "집값 하락세가 지속돼 부실이 더 늘어나면 일부 은행의 국유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