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국 방문단이 전자정부를 시찰하기 위해 강남구청을 방문했다. 그때 "강남의 경쟁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강남인'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파리에 가면 파리지엔이 있고,뉴욕에 가면 뉴요커가 있다. 마찬가지로 강남에는 강남인이 있다. '강남인'하면 힘차게 거리를 활보하고,유행과 정보에 민감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연상된다. 테헤란로,코엑스 등지에서 이들 강남인의 산뜻한 발걸음을 본 일이 있는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열정과 긍정이 감염됨을 느낄 수 있다. 진정한 매력도시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오감을 상호 교류한다.

내가 의미하는 오감도시란 호감 쾌감 영감 교감 예감 5요소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먼저 호감을 주기 위해선 도시의 기본이 지켜져야 한다. 간판이 정비되고 거리가 깨끗하지 않으면 도시의 품위가 떨어진다. 유리창에 더덕더덕 붙은 간판들,대로를 막고 서있는 에어라이트(풍선) 광고,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들,보행을 방해하는 노점들이 정리되면 그 거리의 사람들까지 우러러보이게 마련이다.

호감이 형성되면 쾌감도시 단계로 한 발짝 나가는 게 가능하다. 예컨대 주부 K씨의 하루를 상상해보자.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돈 후 컴퓨터 키보드를 쳐 베스트셀러를 검색해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다. 그리고 구민교육센터의 온라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양을 가꾼다.

오감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영감(靈感)이다. 도시에 깊이와 문화를 주려면 도시인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문화에도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시대가 왔다고 한다. 주민문화센터마다 소규모 작업실과 악기연주 연습실이 있고,소규모 동호인 단체들이 지역의 독특한 레퍼토리를 창조해낼 때 그 도시의 영감은 누구도 복사할 수 없는 매력이 될 것이다.

이상의 3감이 갖춰졌어도 교감을 나누지 않는다면 행복한 도시가 되기 힘들다. 교감이란,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 남과 나누고 공존하며 아름다운 동행을 할 줄 아는 감성이다. 착한 기업이 성공하듯,착한 도시만이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릴 수 있다. 매력도시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변화에 대한 예감이 도시 곳곳에서 감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생함,변화에 대한 오픈 마인드는 도시를 늘 젊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감도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비전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