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의 조정이 길어지면서 화랑과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싱가포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 싱가포르’(9~13일)에 무려 23개 국내 화랑이 참가하는가 하면 원로작가 김창열씨를 비롯한 40여명의 작품 52점이 오는 11일 동시에 열리는 싱가포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라라사티(라플스호텔)와 보르부드르(콥턴워터프런트호텔)의 추계 아시아현매미술 경매에 한꺼번에 출품된다.

이처럼 국내 미술계가 싱가포르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데다 동남아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어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및 화교권 컬렉터들에게 홍콩ㆍ마카오와 함께 유망시장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싱가포르의 미술시장 규모는 2006년 기준 1500억~2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매년 2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싱가포르의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라라사티의 아시아 현대미술품 경매에는 '물방울 작가' 김창열을 비롯해 이용덕 김창영 홍경택 최소영 이정웅 이이남 이동기 김준 안성하 등 국내 원로ㆍ중견ㆍ신진 작가 25명의 작품 26점이 출품된다. 이는 지난해 출품작(13점)보다 두 배나 많은 물량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싱가포르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경매에는 김창열의 '물방울'이 추정가 9340만~1억1890만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에 출품된다. 또 인체 문신을 소재로 작업하는 김준의 '버드랜드'(추정가 1270만~1520만원), 조각가 이용덕의 '스탠팅'(8490만~1억1040만원), 아토마우스 작가 이동기의 '거품'(840만~1010만원), 홍경택의 '사랑'(1440만~1860만원), 송은영의 '침입자'(1690만~2120만원), 윤병락의 ‘가을향기'(3820만~4670만원) 등이 국내보다는 다소 비싼 가격에 나온다.

또 김동유 이환권 배준성 박성태 이길우 조정화씨 등 한국 작가 22명은 인도네시아 자바에 본점을 두고있는 싱가포르 미술품 경매회사 보르부드르의 추계 경매에 나간다. 팝아트 작가 김동유씨의 작품 '마릴린-케네디'가 추정가 1억1890만~1억6990만원, 홍경택의 '새'가 추정가 2120만~2970만원, 박성태의 '레이디'가 추정가 4070만~5940만원에 각각 출품된다. 환금성이 좋은 인기 작가 작품과 참신한 소재의 신진 작가 작품들로 싱가포르 시장에서 중국 일본 작가들과 최고가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오는 9~13일 싱가포르 센텍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지는 '아트 싱가포르'에는 박영덕화랑, 선컨템포러리, 이화익갤러리, 박여숙화랑, 카이스갤러리, 백송화랑, 인사갤러리, 모인갤러리 등 23곳이 국내 20~60대 인기 작가 100여명의 작품 500여점을 들고 나간다. 참여 작가는 박항률 박선기 김창영 한영욱 박성민 이호련 김경렬 윤종석 이길우 신선미 이우림 강유진 신영미 장승효 데비한 등이다.

갤러리 고도의 김순엽 대표는 "국내 화랑과 작가들이 살아 남는 길은 수출밖에 없기 때문에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며 "특히 '홍콩ㆍ싱가포르에서 인정받은 작품은 아시아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미술시장의 인식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