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13일 본입찰 유찰시킬수도"…헐값시비 차단 포석

산업은행은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업체들이 적정가격을 써내지 않으면 매각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업계에선 산은이 생각하는 적정가격에 대해 5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하며,최근 주식시장 상황 및 조선업 업황으로 볼 때 4개 후보업체들이 이보다 낮게 적어내 유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는 13일 대우조선 본입찰에서 인수 후보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산은이 정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 유찰시킬 수도 있다"고 5일 말했다.

산은이 대우조선 최종입찰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이 같은 강경방침을 내놓은 것은 '헐값 매각'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1999년 공적자금을 투입한 이후 7년이 지나서야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매각완료 후 매각가격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있다. 때문에 4개 인수후보업체에 '으름장'도 놓고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난 뒤 헐값 매각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산은이 생각하고 있는 지분 50% 매각대금의 하한선이 5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은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투입한 원금이 3조500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그간 이자 등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5조원은 돼야 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업계에선 매각대금으로 5조∼6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 밑으론 곤란하다고 못박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으로 봐서 대우조선 매각작업이 무난히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당장 대우조선 시가총액은 5조원에 턱걸이하고 있는 수준이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지분 50% 대금이 5조원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2조5000억원(100%)을 달라는 말과 같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환차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 경기하강 후판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평가에서 과거만큼 후한 대접을 해 줄 수 없다는 진단도 많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