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인터넷이 키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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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숏버스'는 어느 비밀스러운 언더그라운드 살롱에서 성(性)과 사랑의 공통분모를 탐험하며 갈등을 겪는 인물들을 비극적이면서도 코믹한 터치로 그려낸 작품.정작 자신은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이 없는 섹스 치료사,삶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 등 소외된 인간 군상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나온다. 정상적인 삶을 대변하는 스쿨버스(schoolbus)에 오르지 못한 채 숏버스(shortbus)에서 방황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숏버스' 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탈이 자주 목격된다. 톱 탤런트 최진실이 자살한 사연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한 달 전 연탄불을 자신의 차에 피워놓고 자살한 탤런트 안재환 사건과 관련,"(그의) 사채업자 노릇을 해왔다"는 인터넷 괴소문에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했다. 당일 '사채업 괴담' 유포혐의자와 통화한 뒤 "내가 왜 사채업자가 돼야 하느냐.죽고싶다"고 매니저에게 말했다는 전언이다. 결국 순간적으로 찾아온 자살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찜찜한 것은 최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뒤 '모방자살'을 의심할 주검이 잇따라 발견됐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충북지방경찰청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람들을 모은 뒤 2박3일 코스로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을 적발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피의자들이 카페에 관련 사진 등을 게재하는 '과감한 수법'을 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는 점이다. 증거를 고스란히 올린 셈이다.
두 사건은 인터넷에서 배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씨를 죽음으로 이끈 괴담은 인터넷에서 무한증식과정을 거치면서 최씨를 압박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약한 시민을 낭떠러지로 몰아세운 셈이다. 불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들은 인터넷공간이 오프라인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무법천지처럼 착각한 듯한 행동을 보였다.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나 잡아가쇼'하는 식의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인터넷세상에 비상이 걸렸다. 참여와 소통,공유라는 가치로 무한질주한 인터넷이 도덕불감증과 자정능력 결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씨를 죽음으로 이끈 괴담이 '참여'와 '소통'이라는 인터넷 패러다임을 통해 생산된 탓이다. 인터넷 어디에선가 맨 처음 루머가 만들어지면 퍼나르기와 편집가공을 통해 1차 재생산되고,여기에 동영상까지 첨가돼 미니홈피,블로그,UCC 등을 통해 퍼져나간다.
최씨 관련 글에 열심히 댓글을 올렸던 네티즌들에게 혹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를 따져볼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걸렸고,이를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 된다는 괴담이 대한민국을 발병나게 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괴물은 아직도 살아 있다.
정부 여당은 사이버 모욕죄,인터넷 실명제 등을 담은 이른바 '최진실법'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한다. 옳은 방향이다. 인터넷에 매스미디어 기능이 있다면 게이트 키핑(정보통제)이 뒤따르는 건 마땅하다. 누군가 생각없이 던진 돌(악플) 때문에 또다른 누군가가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최진실 사건은 잘 말해주고 있다. 환각의 '숏버스'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스쿨버스'로 옮겨태우는 작업을 서둘러 시작할 때다.
남궁 덕 오피니언 부장 nkduk@hankyung.com
요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숏버스' 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탈이 자주 목격된다. 톱 탤런트 최진실이 자살한 사연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한 달 전 연탄불을 자신의 차에 피워놓고 자살한 탤런트 안재환 사건과 관련,"(그의) 사채업자 노릇을 해왔다"는 인터넷 괴소문에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했다. 당일 '사채업 괴담' 유포혐의자와 통화한 뒤 "내가 왜 사채업자가 돼야 하느냐.죽고싶다"고 매니저에게 말했다는 전언이다. 결국 순간적으로 찾아온 자살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찜찜한 것은 최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뒤 '모방자살'을 의심할 주검이 잇따라 발견됐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충북지방경찰청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람들을 모은 뒤 2박3일 코스로 필리핀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을 적발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피의자들이 카페에 관련 사진 등을 게재하는 '과감한 수법'을 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는 점이다. 증거를 고스란히 올린 셈이다.
두 사건은 인터넷에서 배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씨를 죽음으로 이끈 괴담은 인터넷에서 무한증식과정을 거치면서 최씨를 압박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약한 시민을 낭떠러지로 몰아세운 셈이다. 불법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들은 인터넷공간이 오프라인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무법천지처럼 착각한 듯한 행동을 보였다.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나 잡아가쇼'하는 식의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인터넷세상에 비상이 걸렸다. 참여와 소통,공유라는 가치로 무한질주한 인터넷이 도덕불감증과 자정능력 결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씨를 죽음으로 이끈 괴담이 '참여'와 '소통'이라는 인터넷 패러다임을 통해 생산된 탓이다. 인터넷 어디에선가 맨 처음 루머가 만들어지면 퍼나르기와 편집가공을 통해 1차 재생산되고,여기에 동영상까지 첨가돼 미니홈피,블로그,UCC 등을 통해 퍼져나간다.
최씨 관련 글에 열심히 댓글을 올렸던 네티즌들에게 혹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를 따져볼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에 걸렸고,이를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 된다는 괴담이 대한민국을 발병나게 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괴물은 아직도 살아 있다.
정부 여당은 사이버 모욕죄,인터넷 실명제 등을 담은 이른바 '최진실법'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한다. 옳은 방향이다. 인터넷에 매스미디어 기능이 있다면 게이트 키핑(정보통제)이 뒤따르는 건 마땅하다. 누군가 생각없이 던진 돌(악플) 때문에 또다른 누군가가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최진실 사건은 잘 말해주고 있다. 환각의 '숏버스'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스쿨버스'로 옮겨태우는 작업을 서둘러 시작할 때다.
남궁 덕 오피니언 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