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가상은행'의 순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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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자금 통합관리…유동성 위기에 '위력'
세계 현지법인 자금 통합관리…긴급 요청땐 실시간 수혈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위력'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생산하는 LG전자 폴란드 브로츠와프 법인은 최근 일시적 자금난을 겪었다. 부품 대금 결제를 위해 1억달러를 현지 은행으로부터 차입한다는 계획이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인한 현지 은행들의 자금경색으로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LG전자 폴란드 법인은 고민 끝에 '가상 은행'의 역할을 하는 LG전자 글로벌 자금시스템에 'SOS'를 쳤다. LG전자 본사는 브로츠와프 법인의 요구를 검토한 뒤 요청이 들어온 당일 필요한 자금을 송금했다.
◆'가상은행'으로 자금경색 극복
LG전자가 지난해 말 구축한 글로벌 자금시스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자금 경색에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5일 "지난해 말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전 세계 80여개 법인의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지역별 금융센터가 개별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외환을 관리하던 과거에 비해 금융비용이 줄어들고 리스크 관리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시스템은 자금 조달,원재료 구매 대금 지급,물품 판매 대금 수금,이익잉여금의 운용 등 기업 경영과 관련된 돈의 흐름을 통합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일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과 다른 점은 정보뿐 아니라 자금도 실시간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자금 이체비용 '제로'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역할은 긴급 자금의 수혈이다. 과거에도 해외 법인이 자금난을 겪을 경우 본사 차원의 자금 지원이 이뤄졌지만 서류 작성과 심사 등 절차상 문제로 실제 돈이 송금되기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이후에 자금이 공급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새 시스템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시간과의 싸움'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금융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덤'이다. 가상은행은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돈을 빌리려는 해외 법인으로부터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대마진만 받는다. 자금 이체 수수료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절감한 금융비용은 현지 법인의 '금고'에 고스란히 쌓이게 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권에서 여러 법인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한꺼번에 빌리면 협상력이 높아져 이자를 낮출 수 있다. 여유자금을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뭉칫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법인의 자금을 통합해 운영한 첫 해인 올해에만 연간 70억~80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으로 확대
LG화학 중국 법인들도 LG전자와 비슷한 자금 운용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2005년 개별 법인이 다양한 거래선과 진행하던 수금과 결제 업무를 지역금융센터로 통합하고 거래은행도 일원화했다. 이로 인해 연 평균 7억~8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금융환경이 악화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가상 은행' 시스템이 전 세계 법인의 자금 운용에 큰 도움이 된다"며 "계열사들이 각사의 상황에 맞게 전 세계 법인의 자금 시스템을 통합하는 LG전자식 모델과 특정 국가의 자금 시스템만 일원화하는 LG화학식 모델을 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위력'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생산하는 LG전자 폴란드 브로츠와프 법인은 최근 일시적 자금난을 겪었다. 부품 대금 결제를 위해 1억달러를 현지 은행으로부터 차입한다는 계획이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인한 현지 은행들의 자금경색으로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LG전자 폴란드 법인은 고민 끝에 '가상 은행'의 역할을 하는 LG전자 글로벌 자금시스템에 'SOS'를 쳤다. LG전자 본사는 브로츠와프 법인의 요구를 검토한 뒤 요청이 들어온 당일 필요한 자금을 송금했다.
◆'가상은행'으로 자금경색 극복
LG전자가 지난해 말 구축한 글로벌 자금시스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자금 경색에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5일 "지난해 말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전 세계 80여개 법인의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지역별 금융센터가 개별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외환을 관리하던 과거에 비해 금융비용이 줄어들고 리스크 관리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시스템은 자금 조달,원재료 구매 대금 지급,물품 판매 대금 수금,이익잉여금의 운용 등 기업 경영과 관련된 돈의 흐름을 통합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일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과 다른 점은 정보뿐 아니라 자금도 실시간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자금 이체비용 '제로'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역할은 긴급 자금의 수혈이다. 과거에도 해외 법인이 자금난을 겪을 경우 본사 차원의 자금 지원이 이뤄졌지만 서류 작성과 심사 등 절차상 문제로 실제 돈이 송금되기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이후에 자금이 공급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새 시스템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시간과의 싸움'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금융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덤'이다. 가상은행은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돈을 빌리려는 해외 법인으로부터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대마진만 받는다. 자금 이체 수수료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절감한 금융비용은 현지 법인의 '금고'에 고스란히 쌓이게 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권에서 여러 법인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한꺼번에 빌리면 협상력이 높아져 이자를 낮출 수 있다. 여유자금을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뭉칫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법인의 자금을 통합해 운영한 첫 해인 올해에만 연간 70억~80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으로 확대
LG화학 중국 법인들도 LG전자와 비슷한 자금 운용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2005년 개별 법인이 다양한 거래선과 진행하던 수금과 결제 업무를 지역금융센터로 통합하고 거래은행도 일원화했다. 이로 인해 연 평균 7억~8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금융환경이 악화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가상 은행' 시스템이 전 세계 법인의 자금 운용에 큰 도움이 된다"며 "계열사들이 각사의 상황에 맞게 전 세계 법인의 자금 시스템을 통합하는 LG전자식 모델과 특정 국가의 자금 시스템만 일원화하는 LG화학식 모델을 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