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기아차 사장, 올 파리모터쇼서 자신감
지난 2년 잇단 신차 도전…젊고 강한 이미지 구축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베르사유 박람회장에서 개막한 파리모터쇼에서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은 뒷면이 빨간 명함을 건넸다. 영어로 'DESIGN(디자인)'이란 글자가 박혀 있었는데,'S'는 호기심을 나타내는 '?'(물음표)로,'I'는 창의성을 보여주는 전구로 각각 표현돼 있었다. 정 사장은 기자에게 "포르테와 쏘울 등 디자인이 독특한 신차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라인업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날 정 사장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수백명의 취재진과 내빈들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기아차의 부활을 알렸다. 그는 쏘울을 해외 언론에 처음 공개하면서 "젊고 모험심이 강한 기아차 브랜드와 디자인 경영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신차"라고 소개했다.


◆기아차 성장동력은 디자인

기아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2만4322대를 판매,시장점유율 31.0%를 기록하며 현대자동차(40.0%)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기아차가 '30% 벽'을 깬 것은 2000년 12월(32.9%) 이후 8년 만이다. 기아차가 현대차와 중첩되던 이미지를 벗고 정체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기아차는 올초 뉴모닝에 이어 모하비,로체 이노베이션,포르테,쏘울 등 독특한 디자인의 신차를 선보이며 대박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올 상반기에만 21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점유율 30% 돌파의 원동력은 디자인 경영이다. 2005년 2월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한 정 사장은 이듬해인 2006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다. 그는 당시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신차 디자인을 개선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기아차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의 연이은 디자인 실험

디자인 경영의 첫 실험은 2006년 9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이었다. 정 사장은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앉힌 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일본 등 기아차 해외 디자인 거점을 관장하도록 했다.

정 사장은 작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디자인센터를 설립했다. 올 6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미국디자인센터를 열었다. 디자인 경영을 해외 현지와 공유하기 위한 전략이다. 올 2월 브랜드 경영팀을 신설한 데 이어,4월부터 디자인 슬로건을 각종 사무용품과 문서 서식에 적용했다. 디자인 경영에 대한 사내 공감대 확산을 위해서다.

정 사장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디자인 경영에 가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0년까지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 및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달 내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었지만,현대차 등과의 경쟁이 결코 만만치 않다"며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