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당장은 효과 안 나타날것"

사상 유례없는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사는 이제 금융위기보다는 경기침체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으며,유럽과 브릭스(브라질 인도 중국 러시아) 국가의 경기도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타임지는 최악의 경우 '21세기판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는 신용위기의 여파로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수렁 속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는 15만9000개 줄었다. 2003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들어선 총 76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고용 감소는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조사업체인 MKM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다르다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용경색으로 고용 사정은 당분간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157.47 포인트(1.50%) 하락한 것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하락세이며,국제 원자재가격은 지난주 10% 폭락해 주간 기준으로 50년 새 최대폭 떨어졌다. 구제금융으로 금융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어도 거꾸러지는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4일 구제금융법에 서명한 뒤 "의회가 구제금융법을 처리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그렇지만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도 구제금융법이 하원에서 통과된 직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구제금융안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며 "더 악화될 수 있는 금융시장 위기를 막아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제금융이 정책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조치가 금융위기의 핵심인 주택시장 안정을 이끌어내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4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정부가 금융사에서 모기지 관련 채권을 사줘도 주택가격이 추가로 10% 이상 떨어지면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이 이미 경기침체에 접어들었으며,브릭스 국가도 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가 금융시스템의 재앙에 그치지 않고 선진국 경제를 심각한 불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