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노동위 애매한 조정으로 사태 악화…3주째 파업
대구시 북구 진천역 앞에서 '계룡리슈빌' 아파트 골조공사를 진행 중인 상진건설이 '한지붕 두 노조'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과 협상을 마친 회사 측에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또다시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공사에 큰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요구가 복수노조를 금지한 현행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협상을 거부했고 이에 노조 측이 경북지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면서 노사갈등이 증폭됐다.
상진건설 문제는 2010년 1월 복수노조 도입을 앞두고 발생한 것이어서 노동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황이 이처럼 꼬인 데는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노동부와 경북지방노동위원회도 한몫했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행법상 복수노조는 불법인데도 노동부는 건설일용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복수노조를 섣불리 인정,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곳 공사 현장에는 하루 350여명의 건설근로자들이 일하는데 이 중 한국노총 대구경북건설노조는 철근공 100명,형틀공(목수) 15명 등 115명이 소속돼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대구경북지부 노조원은 형틀공 50여명이다.
노동부는 그러나 "건설회사는 다른 업종과 달리 이미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들을 채용하는 관행 때문에 복수노조라고 해도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게다가 양측 노조 모두에 교섭권을 인정해주는 바람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8월 초 팀장급은 하루 13만원,기능공은 11만~12만원,준기능공은 8만~10만원이라는 내용의 협상안을 한국노총 측과 체결했다. 이에 반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8월 중순 팀장급 14만5000원,기능공 12만5000원 등 한국노총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경북지노위도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경북지노위는 회사 측이 수락 표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민주노총 건설노조 측 요구가 반영된 조정안이 조정회의에서 통과됐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회사는 조정안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고 노조는 회사에 조정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며 지난달 17일부터 공사현장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근로자와 월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 측은 파업근로자 40여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으며 계약 해지된 이들은 부당 해고라며 경북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내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지노위의 신용한 조정과장은 "회사 측은 조정안을 받아들일 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조정 성립으로 봐야 한다"며 "회사 측이 수락 표시를 누락한 것은 업무상 실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조정안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조정안에 수락을 표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조정안이 성립된 것으로 보느냐"며 발끈하고 있다.
대구=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