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한 자릿수를 깨고 연 10%대로 올라섰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가격의 하락세는 지속되는 반면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은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지만 307조원으로 가계대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은 내수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유동성 압박이 원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오르는 원인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금융회사들의 돈줄이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하면서 대출금리 역시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3년물 은행채 금리는 미국발 금융위기 폭풍이 날아든 지난달 18일 7.10%로 0.31%포인트 급등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다 지난 1일 7.60%로 0.5%포인트나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초 7% 후반대에 머무르던 대출금리가 5개월 사이에 무려 2%포인트 넘게 뛰어오르면서 10%에 도달했다.

금융회사들의 신용도가 하락한 것도 대출금리가 오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채와 국고채 금리의 격차는 지난 7월1일 0.64%포인트에서 8월1일 1.11%포인트로 벌어진 후 10월1일에는 1.85%포인트까지 커졌다. 그만큼 은행에 대한 리스크 요인이 커졌고 이에 비례해 은행채의 값이 떨어진 것(금리는 상승)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8월 중순부터 40여일간 5.79%에서 꿈쩍하지 않다가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9월 말 들어 0.1%포인트 가까이 뛰면서 연 5.88%로 치솟았다. 이 결과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외환은행의 이번 주 변동금리는 지난 주초에 비해 0.23%포인트 높은 연 6.99~8.27%로 고시,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중은행들의 변동형 대출금리가 연 8% 중반대에 진입하고 있다.

◆대출금리 당분간 고공행진


신용경색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담보대출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고정금리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대출금리가 10%대에 달한다는 것은 금융권의 자금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당분간은 두 자릿수대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유동성 경색 현상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지속되거나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출금리의 고공행진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와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이 부실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8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6.6% 증가한 307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32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11.3%나 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위원은 "대출금리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기존 대출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통화 공급 확대나 금리 인하 등 신축적인 유동성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