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제금융법이 의회를 통과해 조만간 시행에 들어가게 됐지만 세계적으로 'D(Depression·경기 불황)의 공포'가 다시 부각되고 있어 국내 증시는 여전히 불확실한 기류에 휩싸여 있다.

이번 주부터 3분기 기업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이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주말 다우지수 3년 만에 최저로

美 구제금융법 의회 통과했지만…3분기 어닝시즌 왔지만 효과 미지수
지난 3일 개천절과 주말 연휴 동안 미 다우지수는 구제금융법 통과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틀간 505포인트(4.66%) 하락해 2005년 10월 이후 3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 유동성 압박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감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일 "구제금융법 통과 후에도 런던은행간 금리(리보)가 떨어지지 않은 것은 유동성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반영된 결과"라며 "뉴욕 증시도 하락해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신용경색이 진정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국내에서도 금융위기라는 1차 쇼크의 후유증을 겪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돼 코스피지수를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악화된 미 경제지표 역시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말 미국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7년 만의 최대치로 치솟은 반면 8월 공장 주문은 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 센터장은 "유동성 악화 우려감과 더불어 소비 위축의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달 10일부터 3분기 실적 발표

오는 10일 신세계와 한샘을 시작으로 3분기 어닝시즌이 개막될 예정이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좋지 않아 효과는 미지수다.

일부 기업은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실적 발표 일정을 늦춰 잡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2분기에는 상장사 가운데 가장 빨리 분기 마감 9일 만에 실적을 발표했으나 이번 분기에는 발표일을 이보다 5일 늦은 14일로 잡았다. KT와 KTF는 비자금 조성 사건 등을 의식한 듯 아직 실적 발표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양사 모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개사(분기별 실적 비교가 불가능한 금융지주사 3곳은 제외) 중 삼성전자 한국전력 국민은행 등 8개사의 영업이익이 작년 3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1조1000억원대에 그쳐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57.20%,18.45% 증가해 선전한 것으로 전망됐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실적 발표는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어닝시즌이 증시에 활력소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수급 측면에서 연기금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데다 주식형펀드 내 현금 비중이 높아 기관들의 매입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김 센터장은 "공매도 금지로 인해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는 일단 차단된 상태"라며 "연말 수익률 관리를 위해 기관이 주식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미 정부가 실제 자금을 집행하는 시점이 되면 글로벌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고 이는 국내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장경영 기자 ceoseo@hankyung.com